배 밭 0 배 밭 犬毛 趙源善 산다는 것 겨우내 거적 두르고 달달 떨었지 그게 다 한 철이야 그러려니 했지만. 아 앗 아뿔싸! 이것 좀 봐라 봉긋한 저 구릉 위에 북 치고 장구 치고 이 웬 아수라장 난리판 춘산설화春山雪花 봉두난발蓬頭亂髮로 왕창 흐드러져 하얗게 뒤집어졌으니 주야晝夜로 휘황찬란輝煌燦爛..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4.23
백목련白木蓮 0 백목련白木蓮 犬毛 趙源善 하얀 분단장한 봉오리 보시시 잉걸불 꽃 활활 지펴 초야 몽롱 단꿈 사흘 만에 어찌 저리 무참히 사그라지나 요절하는 아쉬운 슬픔 참 흐드러지다 누구라 그리 빨리도 이별하고 싶겠냐마는 들이대며 삿대질하는 이파리 등살을 어쩌란 말이냐. <0704>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4.07
바람나다 0 바람나다 犬毛/趙源善 덩치큰유카나무화분한구석에뭔싹이나길래그냥놔두었더니 나팔잎이덩쿨손을갸날프게내밀어서유카가제몸감고오르는 걸싫어할게분명하여낚시대를한개펼쳐주었더니덩쿨이신나 게감고올라간다어허저걸어쩌나처음부터아예뽑아버릴걸했 더니아내가살려줘놓곤뭔말이많남하..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8.26
밤꽃 0 밤꽃 犬毛/趙源善 유월六月의 시퍼런 울타리위로 눈치만 슬슬 보던 놈 얼쩡얼쩡 거리다가 기어이 문지방너머로 한 다리 들이밀고 봉두난발蓬頭亂髮 허옇게 뒤집어졌다 온 동네 스물 스물 근지러워져 숫 비린내 펄 펄 흘러넘치니 비죽한 가시도, 튼실한 알맹이도 다 그 머리칼 속에 숨었더라. 밤나무..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6.20
장미薔薇 0 장미薔薇 犬毛/趙源善 아 아 색色에 화들짝 향香에 휘영청 꿈인가 생시인가 아랫도리 힘이 빠져 화원花園 깊은 늪에 벌러덩 자빠지니 숫처녀 입술 한번 훔치려다 꽃잎처럼 피 방울방울 가냘픈 가시 날카롭게 찔러 후벼대는 이 기막힌 황홀恍惚. <0606>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6.01
할미꽃 0 할미꽃 犬毛/趙源善 풀밭 흙집 속에 오순도순 마주 누워 도란도란 얘기 나누시다 잠시 손자 보고파 살짝 마실 나오신 울 엄마 쏘옥 고개 내밀자마자 그 새 못 참는 아부지 이녁이 어딜 갔냐고 연緣줄 자꾸만 잡아당겨 희디흰 솜털 가냘픈 목 그만 사정없이 꼬부라지네. <0605>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5.03
삼일천하三日天下 목련 0 삼일천하三日天下 목련 犬毛/趙源善 너의 물 좋던 한 때 순식간 후다닥 지나갔지 세상이 다 그런 거란다 바닥에 짓 밟혀 문드러지는 처참한 네 꼴 아마도 잎 모르게 네 먼저 날뛴 죄일지 싶다. <0604>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4.16
유카 0 유카 犬毛/趙源善 십년 이상 길러온 유카 두 그루가 키가 쑥쑥 자라서 거실천장에 잎이 닿아 찌그러진다. 고심하던 끝에 누군가가 비책을 알려주어 어쩌나 고민하고 망설이는데 이놈들 목이 구부러지니 어찌할 도리 없이 어느 날 나를 탓하지 말라고 중얼거리며 내키지 않는 톱질을 하여 두 놈의 목..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2.03
선인장 0 선인장仙人掌 犬毛/趙源善 풀이라고 그저 맹물만 자꾸 주는 게 참사랑이 아니야 저 봐라 네 우둔함이 너무 서글퍼 저녁내 샐쭉거리며 가시 세우더니 밤사이 꽃은커녕 뿌리까지 썩었구나. 마음을 달랬는데. <0601>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1.11
국화 전시회 0 국화 전시회 犬毛/趙源善 난 날 이해하기 어렵다 참 이상해 왜 남들이랑 이리 다른지. 네 살 사내놈 싱그러운 고추 뽀얀 쌀 막걸리 한잔과 상큼한 홍어무침 한 점 이발소 달력속의 이팔 풋 소녀 까무잡잡한 젖꼭지 일천짜리 파란 컵 생맥주 한잔과 윤기 잘잘 흐르는 땅콩 두알 퍼질러진 아줌마 허옇고..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