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싸움 0 사랑싸움 犬毛 趙源善 아가야 전쟁터 아니고 목숨 걸 일 아닌데 마음 아플 필요가 없지 하물며 사랑싸움인 바에야 한쪽이 얼른 꼬리 내리면 돼 이기면 어떻고 지면 어떠하냐 울화가 치솟아도 꼭 참아라 곱게 살그머니 웃어라 임만 기분 좋다면야 뭔 짓 못 하겠니 네 반쪽인데 영원한. <1012>*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12.13
욕질 0 욕질 犬毛 趙源善 들풀의 단물만 실컷 빨고 나자빠졌던 송충이들 보고배운 게 겨우 그 짓거리뿐이야 섣달 막판 쯤 부스스 깨어나 강시처럼 좌판 위에 죽 늘어서서 찧고 빻고 치고 박고 제 그릇 밥알 챙기느라 정신없으니 바다 섬 강 뭍 산 들 온 천지에 하얀 한 숨이 펑펑 파편으로 쏟아지는 데 정말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12.08
헛되고, 헛되고, 헛되도다 0 헛되고, 헛되고, 헛되도다 犬毛 趙源善 반 백년 허위허위 짊어진 바랑이 너무 무거워 남몰래 뒷산에 홀로 앉아 하나씩 집어내보니 모조리 아무짝 쓸모없는 돌멩이 들 뿐이더라. <1008>*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08.03
무 0 무 犬毛 趙源善 토실토실한 장딴지를 그윽이 바라봄이 첫째요 우걱우걱 씹는 달짝지근함이 둘째요 끅- 내뱉는 트림의 느긋함이 셋째요 가지런히 곱게 쓸어 날로 혹은 데쳐 버무린 살캉살캉함이 넷째요 사각사각 베어져 보글보글 하얗게 우러난 진국의 칼칼함이 다섯째요 뭉텅뭉텅 잘라져 새빨갛게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07.02
병목현상 0 병목현상 犬毛 趙源善 제 돈 아니라고 제 살 아니라고 제 피 아니라고 제 길 아니라고 뻔히 뒤엉킬 줄 알면서 구구단도 모르는 몰염치한 시정잡배들 하루살이처럼 난리 죽이며 그저 대가리만 자꾸 들이민다. <1007>*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07.01
왕과 나 0 왕과 나 犬毛 趙源善 왕의 이름이 석자다. - 나도 이름이 석자다. 왕이 밥을 먹는다. - 나도 밥을 먹는다. 왕이 물을 마신다. - 나도 물을 마신다. 왕이 술에 취한다. - 나도 술에 취한다. 왕이 웃는다. - 나도 웃는다. 왕이 오줌을 싼다. - 나도 오줌을 싼다. 왕이 매를 맞는다. - 나도 매를 맞는다. 왕이 피..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06.29
비둘기 낭囊 0 비둘기 낭囊 犬毛 趙源善 순간 입이 쩍 벌어지며 탄성이 절로 나오고 등줄기에 오싹 소름이 돋는다. 대자연이 만든 걸작 여체의 신비라거나 비둘기집이라거나 한마디로 비경이다. 난 넋을 잃었다. <1006>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06.28
축구공 0 축구공 犬毛 趙源善 휘어 차면 휘어 나가고 바로 차면 바로 나가고 깎아 차면 깎여 나가고 밀어 차면 밀려 나가고 돌려 차면 돌아 나가고 이리 차면 이리 나가고 저리 차면 저리 나가고. 온몸 걷어차여 시퍼렇게 멍들어도 좋다 절대로 아무렇게나 막 나가지는 않는다. 날마다 얻어맞아도 오기로 똘똘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06.25
분갈이 0 분갈이 犬毛 趙源善 토요일 오후가 텔레비전을 베개 삼아 뒹군다. 아내의 옹알이를 참다못해 산세베리아의 치마를 훌렁 벗기니까 금방 망가진 허리춤이 오줌 싼 아기처럼 칭얼거려서 투덜투덜 손톱 밑을 이쑤시개로 더듬다가 결국 수치심마저 외면한 알몸을 물고문 하던 참에 초라한 변태의 시선이..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06.24
비밀일기 0 비밀일기 犬毛 趙源善 겨우일주일쯤되었을까 정해진규칙이무턱대고싫은날이었나보다 하늘이나새나나무나흙이나개미나술이나세상모든것들이. 그래서내멋대로나만아는그림과기호로끄적거려놓은간단한일기한줄 동그라미속점두개와무슨적분의인테그랄표시와뒤집어진오메가와빗금세줄과별모양..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