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유카

犬毛 - 개털 2006. 2. 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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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카

犬毛/趙源善



십년 이상 길러온 유카 두 그루가 키가 쑥쑥 자라서 거실천장에

잎이 닿아 찌그러진다. 고심하던 끝에 누군가가 비책을 알려주어

어쩌나 고민하고 망설이는데 이놈들 목이 구부러지니 어찌할 도리

없이 어느 날 나를 탓하지 말라고 중얼거리며 내키지 않는 톱질을

하여 두 놈의 목을 뎅강 잘라버렸다.

잘린 목 위에 촛농을 흘리며 이놈들아 이게 내 눈물이여 아파도

참는 거여! 했지만 참으로 내 속이 정말로 쓰리다. 물통에 두개의

머리를 담그며 정성껏 잎을 닦아 주었다. 어쩔 수가 없었노라고

나로서는 이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날마다 아침이면 밤새 어떤 가 문안드리는 나를 보고 아내는 걱정

하지 말라고 다 그런 거라고 잘 살 것이라고 핀잔이다. 하지만 직접

톱질한 내 마음만큼 제가 어찌 그럴까?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나도 가련하게도 목 잘린 기둥은 기둥

대로 몸통 잃은 머리는 머리대로 종무소식이라. 화분에 물을 주며

물통을 새물로 갈아주며 애타는 건 나, 이리도 허무하게 십년 키운

이놈들을 내손으로 내가 죽였단 말인가. 기둥이 갈라져 말라가고

잎들이 아래부터 시들어간다. 후회가 막심하다. 그냥 내버려 둘 걸

공연한 짓을 했나.

한달이 지난 어느 날 기둥 끝 한 뼘 아래 껍질을 뚫고 뽀얀 연두색

싹이 한개 나오기 시작할 때. 그것도 두 그루가 동시에. 나는 진정

가슴이 뭉클하여 눈에 눈물이 맺혔다. 아 아! 이 웬 경사냐 잘려진

두개의 모가지 아래로도 하얀 실뿌리가 비죽비죽 나오고 있지 않으냐.

나는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여보! 싹이 났어! 뿌리도 나온다고!

호들갑떨며 주방으로 달려가 아내를 꼭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만세! 하나님 만세!

유카 만세!


이리하여 나는 새해에 유카 아기손자를 본 할아버지가 되었다.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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