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1년) 653

추억더듬기

추억더듬기 견모 조원선 제주이주 8년에 접어든 낼모레 칠십 동갑내기 우리부부는 하루 스물네시간 마주붙어 옹알거리며 살지만 뭍의 추억은 늘 생생하다. 양말 내복 옷 장갑 모자 신발 개줄 달력 수첩 책 전동작업용품 공구함 컴퓨터 태블릿 화장품 면도기 베개 건강보조제 간식류 통조림 떡 막걸리 홍삼정 배즙 침향환 청소기 손전등 등등 딸과 아들과 친구들이 뭍에서 택배로 보내준 일상용품들을 쓰고 입고 먹고 마시고 읽고 만질 때마다 그들과의 추억을 떠올린다. 짜장면집도 없는 시골동네지만 부족함이 없다. 난 진짜로 입 하나만 가지고 까불대는 완전 허당 개털인데 엄청 행복하다. 복이다. 늘 감사하며 산다. (211231)

詩 (2021년) 2021.12.31

명약 처방

명약 처방 견모 조원선 쌀뜨물 시래기 된장 개구리뒷다리 암탉눈썹 삶은소대가리 말린홍어좆 꽃게앞다리 새우눈알 굼벵이 옻나무 감초 솔잎 댓잎 더덕 풋고추 대추 은행 콩나물 부추 마늘 죽순 생강 계피 쪽파 호박 깻잎 들기름 새우젓 고춧가루 소금 꿀 묵은지 제주막걸리 30년묵은쥐똥을 넣고 열흘 동안 끓여 푹 고아낸 신비의 탕약 ㅡ 만병통치제 단, FDA와 무관한 순한국적 신한약 * 현재 마지막 약재 한 가지를 수소문 중

詩 (2021년) 2021.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