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살기 오래살기 견모 조원선 숲에서 우연히 버섯 한덩이 땄는데 잔나비불로초란다. 아내가 정성껏 차로 다려 주면서 나보고 아프지말고 오래오래 살라한다. 오래오래? 어찌 안 아플 수 있나? 그저 언제 죽더라도 죽기 전날까지 똥칠 안하고 크게 아프지나말며 계속 막걸리나 마실 수 있.. 詩 (2019년) 2019.12.31
잠 잠 견모 조원선 세상이 삐걱거릴 때마다 내 별이 깔대기구멍으로 비어져나온다 별은 밤에만 아름다운 꽃이다 별똥을 그리는 순간 영원으로 떠난 것 세상의 죄가 아니다 내 별의 모서리가 닳고닳아진 때문이지 이제 내 은하수곳간이 다 비워지고 비틀거리는 내 하늘이 점점 낮으.. 詩 (2019년) 2019.12.28
못 살겠다 꾀꼬리 못 살겠다 꾀꼬리 견모 조원선 상식의 세상에서 상식을 배워 상식을 먹고살던 내가 몰상식한 놈들의 몰상식한 세상에서 살려니까 눈 뒤집힌다 (1912) 詩 (2019년) 2019.12.27
구멍 구멍 견모 조원선 옆구리 작은 구멍이 자라나서 가슴까지 크게 뚫어져 마음을 후벼 파내는 군요 세상 모든 바람이 다 이 구멍으로 몰려올 줄은 몰랐습니다 구멍은 내 곁에 있었습니다 새해에는 바느질을 배워서 하늘에 뚫린 구멍을 구름으로라도 꿰매야겠습니다 올 한 해 큰 구멍.. 詩 (2019년) 2019.12.26
제주의 바람 제주의 바람 犬毛 趙源善 과부가 샛바람 시원한 맛을 알면 속곳을 아예 안 입는다는 건 아는데 성산포앞바다 바람이 영감탱이 겹겹이 끼어입은 내복 속 깊이 파고들어 쪼그라든 두불알을 잡아흔들며 지랄발광할 줄은 미처 몰랐구나 그저 이런 날은 쥐죽은 듯 들어앉아 민화투나 .. 詩 (2019년) 2019.12.25
문 문 견모 조원선 마음의 문짝을 떼어낸다 이제 문이 없으니까 문 안이나 문 밖이나 똑같다. 안에서 새면 밖에서도 새듯이 안에 보물이 있으면 밖에도 보물이 있다. 안팎이 없으니 당연하지. 내 마음 속에 돈이 엄청 많다. 옷을 벗는다. 텅 비었던 내 주머니가 돈으로 가득하다. 마음.. 詩 (2019년) 2019.12.24
참잘했어100점이야 참잘했어100점이야 견모 조원선 섬에온첫날스스럼없이홀라당벗어버렸지 해달별하늘구름바람눈비바다파도산숲돌 모두앞에시원스럽게알몸을까발려버렸어 대뜸불알보여주며친구하자는데어쩔거야 천팔백육십일째오늘도조건없이행복하자 제주가좋아미쳐펄펄날뛰다꽥죽어도좋.. 詩 (2019년) 2019.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