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기 줄서기 犬毛 趙源善 오고가기와 들고나기가 어긋나서는 아니 되느니 언제 어디서라도 길을 벗어남이 없어야 아름다운 것 그게 순리. <1309> *장가계 황룡동굴 앞. 詩 (2013년) 2013.09.24
물레방아 물레방아 犬毛 趙源善 구름과 비와 물과 물레방아와 전기와 번개와 다시 구름 돌고 돌고 돌고 돌고 돌고 끝도 없이 도는데 사람은 단 한 칼에 그냥 죽어버리니 돌고 도는 게 마냥 부럽다. <1309> *장가계 황룡동굴 앞. 詩 (2013년) 2013.09.24
카페 “귀곡성” 카페 “귀곡성” 犬毛 趙源善 소름끼치는 문소리 기울어진 탁자 삐꺽거리는 의자 이 빠진 찾잔 좀먹은 원고지 모나미 볼펜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먼지 각광 속의 거미줄 누룩곰팡이 향기 쥐 죽은 고요 세상 떠난 시인들의 사랑방. <1309> 詩 (2013년) 2013.09.24
횡재 횡재 犬毛 趙源善 지난여름서해안면암앞바다에서보물을주웠는데 불쑥아내가사진을찍어대는바람에능청을떨었다 고물축음기뚜껑위에올려놓고보니썩도잘생겼다 노안이라지만역시나내눈은물건을금방알아본다 여보!여기이것말이야절대로버리면안돼!알았지? 어느놈이든토를달지마라돌.. 詩 (2013년) 2013.09.06
옷핀 옷핀 犬毛 趙源善 달랑 귀뿐이다! 머리는 물론 몸통도 없고 귓바퀴 속에 웅크린 길고 날카로운 앞 이빨 하나가 전부다 일이다 싶으면 푹 쑤셔서 뻥 꿰뚫어 콱 끼워버리지 때때로 아주 쓸모 있어 단순무식한 행복! <1309> 詩 (2013년) 2013.09.04
사람사귀기 사람사귀기 犬毛 趙源善 하릴없이 공짜로 주워 먹은 나이가 꼴값을 떠느라 겉 털고 속 까뒤집으며 냄새까지 맡는 바람에 사람 하나 사귀기가 하늘의 별 따기니 아이들끼리 놀며 만나는 걸 절대 말리지 마시라. <1308> 詩 (2013년) 2013.08.25
잔소리 잔소리 犬毛 趙源善 내가 뭔 말만 하면 잔소리라니 그럼 네가 하는 말은 다 옳은 진리냐? 눈알이 하얗게 뒤집혀도 저 그늘 아래 편히 살려면 눌러 참을 수밖에. 뼛골 다 녹아내려 성질 뒈진 지 오래라 주둥이 꿰매진 생벙어리 신세. <1308> 詩 (2013년) 2013.08.10
먼지 먼지 犬毛 趙源善 해도 별도 달도 하늘도 바람도 구름도 바다도 강도 샘도 짐승도 벌레도 수풀도 불 아니면 물이지 헌데, 끝은 다 먼지야. <1308> 詩 (2013년) 2013.08.10
한 방울 한 방울 犬毛 趙源善 한 방울 샘물로 솟아 한 방울 냇물로 흘러 한 방울 강물이 되어 한 방울 바다로 모여 한 방울 구름으로 날아올라 한 방울 비로 내린다. 저기, 연잎 위에 도르르 구르는 겨우 한 방울이다. 한 방울 정자와 한 방울 난자가 만나 한 방울 생명이 되어 한 방울 물을 마시며 .. 詩 (2013년) 2013.08.02
검버섯 검버섯 犬毛 趙源善 너나 나나 한 평생 사랑만 먹고살아 어느 한 군데 그늘지거나 썩지도 않았거늘 그저 나이 먹은 게 죄라고 장마철 비구름처럼 떼로 몰려와 온 몸에 도배를 해 대는 구속영장. <1307> 詩 (2013년) 2013.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