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놈 0 미친 놈 <犬毛/趙源善> 내가 앉은 자리 내가 노는 친구 내가 안은 여자 내가 낳은 새끼 내가 먹는 음식 내가 가진 재물 내가 사는 이 나라 내가 죽을 이 나라. 내가 누리는 이 모든 것들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이라 꽉 믿으면 아마 난 행복 속에서 미쳐버릴 걸. <0509>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09.10
스카프 아줌마 0 스카프 아줌마 <犬毛/趙源善> 사시사철 월남검정바지 싯누렇고 두툼한 오리털 점퍼 연보라 스카프만 예쁘게 졸라 맨 뒷머리 엉켜 붙은 늘 무언가 중얼거리는 김밥집 앞이나 포도장수 트럭 옆이나 야시장 족발가게 뒤 시커먼 비닐봉지 들고 멍하니 아니 물끄러미 좌판 보고 땅 보고 하늘 보고 나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09.09
낙화落花 0 낙화落花 <犬毛/趙源善> 발뒤꿈치 반짝 들고 온힘을 써도 졸 졸 끝마무리도 꽤나 길어 찔끔 찔끔. 불현듯이 안암동 뒷골목 개천 뚝방에 서서 주취몽롱酒醉朦朧 거나하여 막걸리주전자 주둥이같이 靑春의 호기浩氣를 뿌려대던 시절이 사전事典 쪽처럼 휘리릭 넘어간다. 그럭저럭 강산 세 번 뒤집..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09.06
밥 0 밥 <犬毛/趙源善> 東山에 해 뜨면 아침밥 먹고 正午에 해 머리위오면 점심밥 먹고 西山에 해 떨어지면 저녁밥 먹어라. 그저 밥만 먹어라. < 0509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09.03
십팔 줄서기 0 십팔 줄서기 <犬毛/趙源善>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십팔 선생 목 터져라 가르치는 게 그 것. 고르고 고르다가 지쳐 눈 뒤집힌 이 십팔 다 예쁜 것 같아 짝 맞춰 그렁그렁 사는 게 그 것. 잘 나가며 손바닥 비벼대다 사 십팔 딱 한번 구린내 잘 못 맡아 팔자 조지는 게 그 것. 청량리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09.01
빈 병 0 빈 병 <犬毛/趙源善> 한 때 아름다움 가득한 아주 신선한 靑春이라 그 때는 아무 생각도 없었어요. 어느 날 진액 다 비워져 밀차에 실려 흔들흔들 약수터샘물로 뱃속 저릴 때 그 때도 그런 생각 꿈도 꾸지 않았어요. 또 어느 運命의 한 날 깔때기 통해 목구멍 넘어오던 독한 香의 그 뽀얀 국물이 이..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09.01
우리를 확 뒤집어지게 하는 것들 0 우리를 확 뒤집어지게 하는 것들 <犬毛/趙源善> 돈. 맛. 옷. 술. 사랑. (0508)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08.27
쓰레기 0 쓰레기 <犬毛/趙源善> 유일하게 때 없이 그 짓거리하고 유일하게 돈이라는 걸 헤아리고 유일하게 아무거나 다 처먹고 유일하게 제 모습 뜯어고치고 유일하게 문자로 기록을 남기고 유일하게 옷으로 모양을 내고 유일하게 쓰레기를 창조한다. 쓰레기 인지 아닌지 제가 저를 몰라 쓰레기 짓거리하..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08.24
일거리 0 일거리 <犬毛/趙源善> 아내가 나에게 일거리를 주었다 심심하고 무료해하는 백수白手남편에게 묵은 신문지 깔아놓고 제 사랑하는 마음만큼 한 양푼 쌀을 쏟아주었다 한 대접의 백수白水와 함께하는 쌀벌레 사냥 사랑 고르듯이 살살 해 보시라고 돋보기 쓰고 엄지와 집게 두 손가락만 사용하는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08.08
눈물 0 눈물 <犬毛/趙源善> 뒤뜰에 쭈그려 궁상 떨다가. 이름모를 작은 풀 엄마산소처럼 동그란 꽃술솜털이 노랗게 하늘거리면 희다 못해 창백한 소복저고리 꽃잎들 가냘프게 손짓하니 아기 웃는 입내 모락모락 이게 꽃 이네 ! 아 아 지금 이 순간 나의 두 눈이 참眞을 보고 있어 뭉클 눈물 겨우 두 방울...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