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집 0 초상집 犬毛 趙源善 혼자 얼큰하게 기분 좋아 휘영청 달빛 아래 흔들흔들 고개 넘는데 초상집 등롱아래서 누가 조객이 너무 없다며 술이나 한잔하고 가시라한다 통성명도 않고 철퍼덕 눌러앉아 무조건 주거니 잣거니 끝에 이내 대취하여 “뉘 죽은 집이요? 잘 가시라 절이나 한 토막 합시다.”하고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6.02
개성 0 개성 犬毛 趙源善 내 맘이야. 눈 딱 감고 이 여름엔 저 겨울을 씹고 저 겨울엔 이 여름을 갈아 마실래. 뭐 어쩔 딴 재주가 없어 곁을 주는 건지 안 주는 건지 장딴지를 내어줘야 다리 걸 궁리를 하는 거야 제가 뭐 진짜로 예쁜 줄 아남? 대충 무식한대로 소금 양치나하고 웩웩 거려볼까? 발톱도 깎고 누..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5.30
불효不孝 0 불효不孝 犬毛 趙源善 결코 아무것도 감추지 말라하신 부친父親의 유언遺言을 지켜야 한다. 벌거숭이로 외출外出하다 이건 억지로 새겨 넣은 문신文身이 아니다 용암鎔岩처럼 내 속에서 무언가 뿔룩뿔룩 제풀에 솟아나오는 걸 어떡해 하지만 알몸을 훑어 내리는 비릿한 시선視線은 정말 싫어 맑은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5.12
뱅뱅 0 뱅뱅 犬毛 趙源善 흑黑과 백白이 종횡무진縱橫無盡 사방팔방四方八方 제각기 큰집 지으려고 청靑과 적赤이 천변만화千變萬化 고육지책苦肉之策 남의 임금 잡으려고 알들이 줄 타고 칸 넘어 판板 뒤집으며 창검槍劍 휘두르지만 비록 목 덜컥 잘려도 한때일 뿐 다시 또 그 판위에 오뚝이처럼 되살아..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4.26
맹꽁이 0 맹꽁이 犬毛 趙源善 내 눈 내 코 내 입 내 생각 내 능력 내 판단 내가 하는 일 내가 버는 돈 내가 쓰는 글 내가 먹는 음식 내가 낳은 자식 내가 앉은 의자 내가 만나는 사람 내가 흘리는 눈물 내가 누리는 기쁨. 지금 바로여기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어디 비할 바 없는 영원한 낙원이라고 무조건 굳세..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4.09
구멍 0 구멍 犬毛 趙源善 저 구멍 메우려고 흙 파내니 이 구멍 생겨 이 구멍 메우려고 흙 또 파내니 새 구멍 또 생긴다. 진땀 흘리며 그 짓 자꾸 하다보니 구멍 하나는 늘 있는 게 당연하다 맞다 끄덕끄덕. <0703>1집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3.26
생각의 끝 0 생각의 끝 犬毛 趙源善 여하튼 달거나 쓰거나 촐랑 혀끝에서 일 벌리면 그게 선이든 악이든 조몰락조몰락 손끝으로 마무리하는 것 혀를 깨물어버리거나 두 손을 잘라버리면 세상 조용하고 좋아지겠지 곰곰 생각해보니 역시 혀와 손이 문제라 그런데 그리 하고나면 일단은 엄청나게 아플 것이요 게..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3.20
장롱 0 장롱 犬毛 趙源善 왼쪽 등판 아래 반 손바닥만한 옅은 점 오른쪽 정강이 취권의 역사 생생한 영광스런 흉터 삼 겹 비곗살 도톰히 늘어진 통통한 아랫배 오십 여년 벌렁벌렁 불수의적으로 혼자 날뛰는 고혈압의 심장 그저 채워달라고 늘 꾸르륵 꾸르륵 아우성치는 긴 창자 씻어도 또 씻어도 구린내 나..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1.29
엘리베이터 0 엘리베이터 犬毛/趙源善 공포의 시간은 언제나 똑같이 마치 괴테처럼 엄숙히 나를 고문 한다 어젯밤 근근이 달아올랐던 낡은 육신도 길게 나자빠진 채 물컹물컹 무소식이다 부릉부릉 떨며 나직한 목소리로 이불속 내 영혼을 잡아당겨 억지로 자리끼를 먹이는 저놈은 내가 손수 길들여놓은 치밀한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10.10
*골치 0 골치 犬毛/趙源善 물 건너 저편에 넋을 놓고 쓸쓸히 손짓만 하는 외기러기 마음 내 차가운 샘 속에 소금쟁이 한 마리 슬며시 뜨니 이 고독 너무 오래도록 찢어지지 않아 골치 썩인다. <0610>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