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문불출杜門不出 0 두문불출杜門不出 犬毛 趙源善 꼭 거기 놓아둔 게 완벽한 내 잘못이다 그나마 비스듬히 세상 바라보던 안경을 그만 와그작 밟아 버렸다 오늘로 사방의 모든 문을 안으로 걸어 잠그고 열쇠를 바깥 갯벌로 흩뿌려 내 던진다 더 이상 아무 것도 보지 않으련다. 내게는 이제 눈이 없다. <0712>1집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12.11
남대문 0 남대문 犬毛 趙源善 10원 동전 던져 남대문 나올 확률 50%라고 당연히 그렇겠지 하다가 진짜로 그런 가 직접 실험해본다 두 번 던져 두 번 다 아니다 네 번 던져 한 번이다 여덟 번 던져 세 번이다 열 번 던져 네 번이다 그래서 정답이 나올 때까지 해보기로 한다 스무 번 아니다 서른 번 아니다 마흔 번..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10.25
그 맛 아니? 0 그 맛 아니? 犬毛 趙源善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내 평생 분명히 기억하는 대단한 맛 꼭 네 가지라 설탕 한 술 넣어 휘휘 저은 막걸리 왕대포 푹 삶아 양파 쑹덩쑹덩 쓸어 고추장 떠 넣고 맨손으로 쓱쓱 버무린 돼지고기 그 길고 긴 한 달 코 박고 죽자하며 끊었다 결국 다시 피운 짜릿한 첫 담배 무엇..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10.16
삼가 멸치의 명복을 빌다 0 삼가 멸치의 명복을 빌다 犬毛 趙源善 일요일 오후입니다 별것도 아닌 일 아내에게 왈칵 신경질 부리고는 거실바닥에 신문지를 좍 펼치면서 볼거리 없는 요새 신문 하루치가 9장임을 처음 알았습니다. 딸년 들고 온 멸치 한 상자 들어내어 공연히 똥을 고르기 시작 합니다 똥이 아니라 실은 내장 이..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10.09
지병持病 0 지병持病 犬毛 趙源善 그 병病 보나마나 뻔해 제 혼자 세상 짐 다 짊어진 것처럼 무거워 외로운 척 흠뻑 비까지 젖어 의자에 매달려 병나발 푸푸 불면서 처량하게 아무 뜻 없는 연기나 뻑뻑 하늘로 날리고 이내 빙글빙글 제 그림자와 팔분의 육 박자 숨바꼭질 돌다가 결국 변소에 숨어 거울을 볼 거야..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9.22
@#$%&*----- 0 @#$%&*----- 犬毛 趙源善 이미 산다는 욕망으로 걷잡을 수 없이 찌든 혼 엄청난 무게의 밤이라는 돗자리 위에 쪼그리면 이상한 방정식이 해석할 수 없는 문자로 괴발개발 날아들어 늘 하얀 백지를 덮고 가지런히 줄 서서 시커멓게 화장 하고 나 잡아봐라 약 올리며 이쑤시개처럼 뒷골을 몰인정하게 찌른..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9.11
참 웃긴다 0 참 웃긴다 犬毛 趙源善 자장면주문해놓고우동시킬걸하는마음참웃긴다 아마안올거야하며들었던우산놓고나와결국비맞으며아쉬워하는마음참웃긴다 이길막힌다고으쓱저길로들어서서오도가도못하고퍼질러멈춰아이고공연히그랬네하는마음참웃긴다 약속시간에누리없이모질게휘딱돌아서고는에이..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8.30
입술 0 입술 犬毛 趙源善 며칠전웬파리한마리가오백원짜리라면먹는내입술을쓱핥고손을싹싹부비더니어디다알을뿌렸겠다 알에서구더기가오물오물자라나내낚시미끼로이천원에팔려와파르르떠는피라미를몇마리잡았겠다 엊저녁냇가민박집닭에게옛다공짜먹이로선심쓰고는오늘아침삼만원짜리토종닭도리..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8.22
탈출 0 탈출 犬毛 趙源善 장마비속절없이질질내려꾸리꾸리질척질척하다 오랜만에나홀로집에있는시간불쑥숨바꼭질하고싶다 옷가지들침대위로팽개치고냉큼장농속에들어가앉는다 고요적막괴괴하다 습한할머니냄새은근히구수하다 아무것도보이지않지만그래도살며시눈을감는다 사발시계발자국소리가..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8.04
함구緘口 0 함구緘口 犬毛 趙源善 왕방울 눈 뜨고 열심히 세발자전거 굴리는 아이가 너무 너무 귀엽다. “아하 뉘 집 아들인지 고놈 참 잘 생겼네!”하고 쓰다듬으니 또랑또랑 대뜸 치 받는다. “넌 누구냐? 뉘 집 아들이냐?” 맞다 과연 “나는 누구냐?” 으 으 말을 말아야지. <0706>1집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