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斷指 0 단지斷指 犬毛/趙源善 흰 종이위에 내 두 손을 정성껏 그린다. 제1일 - 오늘 나약한 나를 비웃으며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잘라낸다 나는 양손 짝짝이 병신이 된다 제2일 - 오늘도 또 나약한 나를 비웃으며 왼손 엄지손가락을 잘라낸다 나는 양손 똑같은 병신이 된다 제3일 - 오늘도 또 나약한 나를 비웃..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12.26
말소 0 말소抹消 犬毛/趙源善 찝찔한 세상 이미 코는 베어진지 오래 이제는 짓무른 눈 껌벅거리기조차 겁나 바깥바람 쏘이기 두려워도 목구멍에 풀칠하느라 잰 걸음 눈치껏 다람쥐외출 했더니 참말로 징 하다 가는 날이 딱 장날 짧은 축복祝福에 실실 웃다가 그만 너무 길어진 하늘의 저주咀呪에 덥석 걸려..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12.26
상자인생箱子人生 0 상자인생箱子人生 犬毛/趙源善 태어난 곳 제0번 상자 속 모든 길은 상자로 통 한다. 상자의 하루 제1번 상자 속의 제2번 상자에서 나와 제3번 저절로 움직이는 상자 속으로 다시 제4번 내가 조종하는 상자 속으로 아니면 제5번 긴 상자 속으로 그리하여 제6번 상자 속으로 다시 제7번 상자 속으로 제8번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12.09
점심 0 점심 犬毛/趙源善 다 먹긴 먹었는데. 까꿍 바지락 칼국수 국물 속 터럭까지 다 뽑힌 빈 조개껍데기가 헤프게 웃는다. 문득 가지런히 접시에 자빠진 김치 속에도 벌건 피 묻은 보광사寺의 비석 몇 개가 모텔거울처럼 으스대고 살 허옇게 징그러운 어미회충이 요분질 한다. 끄윽 억지로 밀어 넣은 밀가..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12.02
영원한 술래 0 영원한 술래 犬毛/趙源善 뻔 한데 못 찾는다. 노란 은행잎 그림 딱 하나만 예쁜 조간신문의 더러운 활자 뒤 그나마 남은 체온을 앗아가는 섬뜩하리만치 차가운 좌변기 위 늘 버린다면서 미련이 남아 사계절의 발 냄새로 만원인 눅눅한 신발장 속 탱크처럼 줄맞춰 늘어선 음습한 지하주차장 내 스타렉..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10.27
깨진 수박과 깨달음 0 깨진 수박과 깨달음 <犬毛/趙源善> 길게 혀 빼물고 사방으로 알갱이 검은 비명 지르며 시뻘건 핏 국물 베고 찢어진 봉지 옷 걸친 채 지글거리는 팔월의 아스팔트위에 쪼가리로 등 대고 누웠다. 얼핏 <대가리 터진 나>로 보여 머리털 쭈삣서고 등골 짜리리하면서 아랫도리까지 후들후들거리니..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08.03
알몸 0 알몸 <犬毛/趙源善> 이 엄청난 빗속에 세살로 돌아간다면..... 그게 가능하다면 말입니다. 당신은 세살로 돌아갑니다. 자 되돌아갑니다. 되돌아갔습니다. 하나 둘 셋!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합니다. 자 뭐가 보입니까? 말씀해 보세요. 이렇게 비가 좍 좍 내려 퍼붓는 날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