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불 0 산 불 犬毛 趙源善 정월 대보름 밤 달집놀이 불야성이다 좋았다! 봄 밤 벚꽃놀이 또한 불야성이다 좋지! 때 아닌 봉화 쥐불놀이 이게 웬 조화속이냐? 메마른 땅 산불 번져 온 하늘이 시커먼 연기로 뒤덮이고 맨 날 배 곯다보니 내놓을 오줌도, 내뱉을 침도 말라버렸다 어찌됐든 불은 꺼야하는 데 이런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04.08
독작獨酌 0 독작獨酌 犬毛 趙源善 오십년이 더 넘은 낡은 졸업앨범을 펴시고, 이놈 죽었고, 이놈도 죽었고, 저놈도 죽었고, 몇 놈 안 남았는데 이놈이 오늘 또 죽었다니, 고약한 놈들! 아 그렇게 슬금슬금 떠나? 난 조문가기 싫다 네가 내 대신 좀 다녀와라 이젠 곧 내 차례지 뭐 끌 끌. 아버님께서 그 고약한 놈들..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04.07
하늘 0 하늘 犬毛 趙源善 어제는 몽실몽실한 엄마 젖가슴처럼 아주 포근히 가슴 속까지 따사하게 어루만져주더니 오늘은 엄청나게 무거운 시커먼 납덩이로 마치 관棺속처럼 사방에서 에워싸 짓누르고. 제 맘대로 논다. <0904>*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04.06
백목련白木蓮 0 백목련白木蓮 犬毛 趙源善 저 솜털 뽀송뽀송한 아가씨 봄바람 꼬드김에 깜박 넘어가 흐물흐물 제 손으로 속곳 내리고 흰 속살 홀라당 드러내 뭇 건달들 휘둥그런 눈알 빼내어 애간장 뚝뚝 녹여내더니 그도 잠시 이내 갈가리 흩날려 처참하게 짓밟히는 냉혹한 끝자락. 오호 애재哀哉라 휘황찬란輝煌..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04.04
어서 가라하네 0 어서 가라하네 犬毛 趙源善 눈이 잘 안 보여 손도 슬슬 떨려 말도 자주 새 나가고 이도 때 없이 시큰거려 귀도 멍멍해 무릎도 가끔 풀썩 힘이 빠지며 허리는 날마다 삐걱거리고 이제는 기억까지 가물가물 아지랑이로 흔들리니 단물 빨아먹을 땐 죽자 살자 아양 떨던 저 몹쓸 놈들 어서 가라가라 자꾸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04.03
사랑싸움 0 사랑싸움 犬毛 趙源善 너는 네가 나를 잡아먹었다고 생각하고 나는 내가 너를 잡아먹었다고 생각하고 네가 나를 잡아먹어서 내가 죽었느냐 내가 너를 잡아먹어서 네가 죽었느냐 내 앞에 너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고 네 앞에 나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고 네 생각처럼 네가 나를 잡아먹었으면 또 어..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04.02
셈 속 0 셈 속 犬毛 趙源善 바리캉으로 박박 민 알대가리 여기저기 기계충 반점 쥐의 시체에서 잘라내야만 했던 꼬랑지 모두 모여 단체로 먹던 회충약 미국의 원조 샛노란 옥수수 가루 죽 카키색 군복 상이용사의 쇠갈고리 손 허리에 질끈 동여맨 책보자기 희거나 검거나 딱 두 가지 색깔 고무신 유엔 팔각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04.01
변신變身 0 변신變身 犬毛 趙源善 밤 술 젖은 어느 날인가 깊은 잠 중에 문득 이러저러한 사연도 없이 몸이 도대체 움직여지질 않아 사방에서 나를 에워싼 떼거리가 술 붓고 손가락질하고 주먹질하고 침 뱉고 모래뿌리고 욕하고 돌 던지고 불로 지지고 칼로 찌르고 죽어라하고 두들겨 팬다 이로 씹다 이 빠지면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03.30
“놈”이 “님”에게 0 “놈”이 “님”에게 犬毛 趙源善 아주 평범하던 허접한 “놈”이 운 좋게 날개 달고 벌벌 기다가 비비적비비적 어찌어찌 손금이 닳아 모가지를 슬쩍 가리더니 올챙이 시절 개천에서 같이 놀던 불알친구들 금방 다 까먹었다 어깨 거들먹이며 배 내밀고 몸통 살짝 흔들어 뒤집으니까 굉장하고 대단..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03.29
알부자 0 알부자 犬毛 趙源善 하루 온 종일 금이야 은이야 옥이야 비취에 산호에 다이아몬드에 눈에 뵈는 게 손에 닿는 게 몽땅 다 값나가는 엄청난 보석들 지천에 쫙 깔려 영롱하게 번쩍번쩍 빛나고 있으니 눈이 부셔 정신 못 차려요 실컷 어루만지고 보듬고 쓰다듬고 끌어안고 토닥토닥 갈고 닦아 이 세상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