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이 “님”에게
犬毛 趙源善
아주 평범하던 허접한 “놈”이 운 좋게 날개 달고 벌벌 기다가
비비적비비적 어찌어찌 손금이 닳아 모가지를 슬쩍 가리더니
올챙이 시절 개천에서 같이 놀던 불알친구들 금방 다 까먹었다
어깨 거들먹이며 배 내밀고 몸통 살짝 흔들어 뒤집으니까
굉장하고 대단한 “님”이 되어버리더라.
아등바등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놈”은 울며불며 이고지고 피땀 흘리는 데
뒷돈 세는 웃기는 개 팔자 “님”은 끅끅 트림이나 하며 이 쑤시고 있으니
막무가내로 뻣뻣이 서서 으스대며 재는 “님”아
그리하지 마라
제발에 걸려 꽈당 자빠져 턱 방아 찧고 팅팅 부어오르면 도로 “놈”된단다.
“놈”과 “님”은
결국 빤히 들여다보이는 한 획 차이 아니더냐?
눈속임 들통 난 엉터리 마술처럼 허무한 건 없지
“님”아 제발 “놈”을 콩알만큼이라도 진심으로 사랑하시라
“놈” 자꾸 열 받으면 “님” 배 째는 건 시간문제라는 무서운 사실.
<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