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나비효과 견모 조원선 검은 나비 한 마리 쉬고있다 소름 끼친다 살랑 네 날갯짓 한 번이 지구 저 편에 엄청난 재앙이라니 나비야 나비야 나랑같이 청산에 가자 더듬이로 발발기어 살금살금 가자 (1907) 詩 (2019년) 2019.07.17
웃긴다 웃긴다 견모 조원선 술 끊은 지 대충 한 달 되어가는데 오늘 드디어 사건이다 삶은 감자를 안주로 좀 깊숙히 생각을 마셨더니 완전 취해버렸다 발기발기 바짝 마른 진흙탕이다 누군가 내뇌를 파내어 열두쪽짜리 피자를 굽나보다 허, 그것 참! 헛것이 보이는 걸까? (1907) 詩 (2019년) 2019.07.17
병풍 뒤의 개꿈 병풍 뒤의 개꿈 犬毛 趙源善 병풍뒤에 쪼그려앉아 침발라 뚫은 구멍으로 구석구석 살펴본다 가족 친척 중고등학교 대학교 군대 극회 제자 직장 교회 문인 교우회 봉사단 기타모임의 선후배와 친구들 잘아는 얼굴도 눈에 띄고 혹 모르는 사람은 아내쪽이겠고 그나저나 백만원 꿔.. 詩 (2019년) 2019.07.16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 만세 견모 조원선 자잘한 것들은 호미로 긁어 대충 틀어막는다 바다에서는 거북선타고 충성심으로 막는다 육지에서는 죽창들고 용맹심으로 막는다 하늘에서는 머리뚜껑열고 애국심으로 막는다 대한민국은 전국민이 몸 바치는 철통공화국이다 (1907) 詩 (2019년) 2019.07.15
까치집 까치집 견모 조원선 처음부터 끝까지 나혼자서 내손으로 지은 내집은 한국전력 전봇대꼭대기를 무료 분양받아 사방이 탁트인 최고 전망의 목조 주택인데 가격은 매길 수 없다 비바람 눈보라 태풍에도 끄떡없는 집이다 누구에게도 내줄 수 없는 집이다 여태껏 잘 살았는데 원전이.. 詩 (2019년) 2019.07.15
밥 귀신 밥 귀신 犬毛 趙源善 내 하루 세끼 밥 양이 쌀 한 공기라니 여태까지 내가 먹은 쌀알은 총 몇 개나 되나 헤아려 본다. 한 공기로 달력종이 위에 100알씩 놓아보니 80더미. 줄잡아, 1달을 30일 잡고 1년을 10달 치고 60년 동안 먹었으니. 100 X 80 = 8000. 8000 X 30 =240000. 240000 X 10 = 2400000. 2400000 .. 詩 (2019년) 2019.07.15
웬 판 웬 판 견모 조원선 아내가 느닷없이 전축을 꺼내달라더니 십년만이라며 쭈그리고앉아 판을 닦는다 이종환이다 흥얼흥얼 추억이 물구나무를 선다 호랑이가 담배를 핀다 문득 항아리속 밀주를 주전자채로 퍼주던 학사주점 아줌마가 생각난다 눈가가 촉촉하다 칠십이 낼모레인데 .. 詩 (2019년) 2019.07.14
오줌발 오줌발 犬毛 趙源善 태평양대서양인도양지중해아드리아해흑해바이칼호등등바다와호수와강줄기가는데마다대한민국남아대장부의호연지기랍시고눈치껏자랑스럽게영역표시를한내가아니었던가?그런데제주로이사와서곰곰생각해보니그게아니다.이물이돌고돌아그리로가고그물.. 詩 (2019년) 2019.07.14
바느질 바느질 견모 조원선 유명상표를 흉내낸 가짜 옷을 걸치고 활보하는 도시의 대충 유식한 신사숙녀님들 앞에 둘러입어도 뒤집어입어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입어도 무난한 그런 옷을 만들어 걸친 나는 완전 시골 무지랭이 영감탱이다 그래도 부끄럽지 않다 내가 시인詩人이 아님을 .. 詩 (2019년) 2019.07.13
지렁각시 지렁각시 견모 조원선 결국길바닥에서버럭소리질렀다 이여편네말지지리안듣는다 산책하면서웬쓰잘데없는짓거리를해서자꾸뒤처지냐말이다 습도가높아지면새벽에지렁이들이길위로기어나온다 해가뜨면피부가말라고통스러워하고때로는산채로개미들의습격을받기도한다 아는.. 詩 (2019년) 2019.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