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 뒤의 개꿈
犬毛 趙源善
병풍뒤에 쪼그려앉아 침발라 뚫은 구멍으로 구석구석 살펴본다
가족 친척 중고등학교 대학교 군대 극회 제자
직장 교회 문인 교우회 봉사단 기타모임의 선후배와 친구들
잘아는 얼굴도 눈에 띄고 혹 모르는 사람은 아내쪽이겠고
그나저나 백만원 꿔간 놈은 아직 안 나타나는구나 받을 생각은 애초에 없었지만
앗 저기 저양반은 어떻게 알고 여길 왔을까 내가 직접 연락하지않으면 전혀 선이 닿지않을터 그것 참으로 모를 일이다
어라 저 동창놈새끼들 뭔 얘기하면서 저렇게 희희낙낙 웃고떠드는 걸까
아무튼 내가 섭섭한 건 저 빌어먹을 자식들이 넙죽넙죽 웬 절을 하고 지랄이냐 말이다 그냥 죽은 놈 생전에 뒈지게 좋아하던 술이나 한 잔 쳐주지
염병헐 에이 더러워서 못 죽겠다 병풍 걷어라 마누라야
어서 이놈 개꿈에서 깨서 벌떡 일어나야지
<1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