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 0 다행 犬毛/趙源善 정성으로 사랑주면서 진심으로 말을 하니까 개도 하물며 나팔꽃도 다 알아듣더라. 베란다에 오줌 쌌다고 꾸짖으니 눈치껏 소파 밑으로 기어들고 어서 꽃 좀 피워라 졸라대니 꽃 몽우리 부지기수로 쑥쑥 내밀더라. 그래도 한 구석 통하는 세상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0608>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8.27
바람나다 0 바람나다 犬毛/趙源善 덩치큰유카나무화분한구석에뭔싹이나길래그냥놔두었더니 나팔잎이덩쿨손을갸날프게내밀어서유카가제몸감고오르는 걸싫어할게분명하여낚시대를한개펼쳐주었더니덩쿨이신나 게감고올라간다어허저걸어쩌나처음부터아예뽑아버릴걸했 더니아내가살려줘놓곤뭔말이많남하..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8.26
*이 친구야 0 이 친구야 犬毛/趙源善 이쯤 되어 아무리 막 하는 세상이라도 내 밭 호박이라고 아무나 시켜 말뚝 콱콱 박고 뒷짐 지고 저만치서 히죽대다가 미끈 두엄밭고랑에 벌렁 나자빠지더니 이 탓 저 탓으로 다 돌리고 발버둥질 치다가 꿀꺽꿀꺽 삼켜 팅팅한 배 쨀 테면 째보라고 휘딱 눈 뒤집고 입에 허옇게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8.26
덤 0 덤 犬毛/趙源善 입빠른 말 키가 작아 눈높이가 낮다보니 누릴 만큼 잘 누린다 생각하여 그저 지금 죽어도 좋아 남은 시간일랑 다 덤이라고 생각하며 살지만 서도 아니다 그게 아니다 어찌하여 그리 씩씩하게 고개세우고 몰아붙이며 기세당당 밀고 쳐들어오는 힘이 제아무리 곱고 보드라운 모래밭이..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8.25
일수 찍기 0 일수 찍기 犬毛/趙源善 보송보송 솜털 보름달 같은 이마 거기다 고 것 쪽 찢어진 꼬랑지 긴 눈웃음 살짝 주물러 앉히면 볼우물까지 퐁 퐁 샘솟고 금붕어 빠끔거리는 입술로 오물오물 앗다 미쳐서 가슴 두근두근하다 정류소 구멍가게 아가씨 단 한마디 씩 “에쎄 라이트” - “네”로 끝나지만 피우지..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8.21
문 0 문 犬毛/趙源善 문 벌컥 연 이편에도 바람 문 덜컹 닫은 저편에도 바람 문 열거나 닫거나 문 안팎이 모두 휑한 건 문 그 자물쇠 하나로 모든 바람을 막으려고 애쓰는 까닭 문 꼭 잠근다고 틈이 없어지나 문 그 것 사랑이나 돈 앞에 있으나마나지 문 하물며 바람 앞에? 문 또 부서졌네. <0608>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8.21
*찔러보기 0 찔러보기 犬毛/趙源善 네가 그 걸 아느냐? 참으로 괴퍅乖愎하고 완고頑固하더니 헛물 꾸역꾸역 처먹고 싹은커녕 암癌덩이로 여기저기서 썩어간다 지독한 냄새! 그것 봐라 자빠진 게 꿈속인 것 같아 철없이 되는대로 촐랑거리면 깨어나 가는 발밑이 모두 절벽絶壁이 되는 게야 월정사 해우소 밑구멍..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8.20
바다이야기 0 바다이야기 犬毛/趙源善 정녕 큰일이야 그 이후 정나미 뚝 떨어져 애꿎게 저 바다조차 꼴도 보기 싫으니 어쩌나 돈벼락 맞은 배때기를 불에 끄실러 재로 갈아 마시면 될까? 소문이 하 더러워 태풍마저 슬며시 잠잠한 이 시절. 사방에서 뿅 뿅 뿅 뿅 이런 빌어먹을 소리. <0608>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8.20
막걸리 0 막걸리 犬毛/趙源善 자 한잔 받으셔 찌그러진 주전자속에 가득한 건 내 정情이라 콸콸 이 빠진 대접 하나 가득 참으로 아까우니 한 방울도 흘리지 말고 벌컥 벌컥 다 드시게나 그려 여기 신 김치는 손으로 찌익 찢어 병아리 물 삼키듯 고개 젖혀 씹고 그 벌건 국물 묻은 손가락일랑 쪽쪽 빠시면 되지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8.19
*길은 집으로 통한다. 0 길은 집으로 통한다. 犬毛/趙源善 가도 가도 아무리 멀리 떠나 헤매도 그 게 돌고 돌아 다 거기로 가는 것 제 아무리 훌렁 벗은 채 기고 뛰고 날아도 한번 지나가면 결국 발자국이 찍히고 그래서 길이 되는 거지 딴은 사방팔방 하늘까지 온통 길이나 마찬가지야 언제 어디로 어찌 쏘다니든 간에 끄트..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