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친구야
犬毛/趙源善
이쯤 되어
아무리 막 하는 세상이라도
내 밭 호박이라고 아무나 시켜 말뚝 콱콱 박고
뒷짐 지고 저만치서 히죽대다가 미끈 두엄밭고랑에 벌렁 나자빠지더니
이 탓 저 탓으로 다 돌리고 발버둥질 치다가
꿀꺽꿀꺽 삼켜 팅팅한 배 쨀 테면 째보라고
휘딱 눈 뒤집고 입에 허옇게 거품 물며 헉헉거리니.
아- 이 친구야, 그렇게 홀라당 손바닥 뒤집으면
아- 이 친구야, 뒷일은 어쩌라고
아- 이 친구야, 판 벌렸으면
아- 이 친구야, 끝까지 마무리를 해야지
아- 이 친구야, 까무러친 척
아- 이 친구야, 똥 깔고 앉아 짓뭉개면 그게 배짱인가?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이 땅
자주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인류공영에 이바지할 이 때
민주정신에 투철한 애국애족만이 우리 삶의 바른 길이요
후손에게 물려줄 영광된 통일 조국을 내다보는 이 날
근면한 국민으로서 슬기를 모은 노력으로 새 역사를 창조해야하는 이 마당.
민초民草는 더 이상 잡풀이 아니라니까.
<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