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0 미안해 犬毛 趙源善 부모님 양지쪽에 잘 모셨어 새끼들 다 잘 컸고 이 나이에 직장 맘에 들어서 씩씩 튼튼해 실컷 마시고 술값 걱정 안 해도 되고 꼴에 글까지 쓴다고 주절거려 구박하는 사람도 전혀 없어 아무도 날 못 말려 그래서 정말 나 행복해. 너한테는 좀 미안해 마셔라. <0706>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6.13
중독 0 중독 犬毛 趙源善 당신의 능수능란하고 억지 잔악함에 어리어리하게 단물 빨리고 무참히 농락당해 헌신짝처럼 뭉개져 내동댕이쳐졌으면서도 시시때때로 오싹오싹 전율이 흐르던 그 광란의 오르막을 자꾸만 되새기는 까닭은 무엇이뇨? 이제 어떤 쓰라림도 그만은 못하리라고 다시는 그렇게 짓밟히..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6.13
장미의 피 0 장미의 피 犬毛 趙源善 요화妖花의 입술인가 소름끼치도록 신비로운 색감色感 발정發情의 오묘한 향기香氣 황홀恍惚이야 근데 그거 오뉴월 한 때지 이내 초하初夏 질주疾走하는 햇살에 심장心臟 꿰뚫려 뚝 뚝 뚝 뚝 선혈鮮血 흘린다. 벌이 꼬이지 않는 장미는 새빨가니 무언가에 슬프다 그래서 짓..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6.12
아이야 0 아이야 犬毛 趙源善 대보면 뭐해 길면 어떻고 짧으면 또 어때 괜스레 서로 욕하고 아무데나 침 뱉으면 못써 그저 묵이나 쑤어 비벼먹지 뭘 고추장이든 간장이든 오이 썰어 넣고 대충 비벼봐 쓰고 떫지만 않으면 참고 먹어줄게 쓸데없이 초 치고 양푼 뒤집지 마 웃다가 울다가 지쳐서 이젠 무섭다 야.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6.12
누累 0 누累 犬毛 趙源善 귀가 얇고 커서 못 생겨 자꾸만 간지럽고 또 부끄러워 당나귀 귀 감추려고 코끼리 귀를 씌웠더니 사람들이 자꾸 웃는 군요 아 어쩌나 고심 끝에 “그래 맞다 내 귀는 당나귀 귀다 어쩔래?”하고 고래고래 외쳐댔더니 사람들이 더욱더 크게 웃는 군요 내가 왜 이럴까 이유가 뭘까 귀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6.12
외사랑 0 외사랑 犬毛 趙源善 날밤 지새우며 미치는 그리움을 퍼 담아 눈물로 갈고 또 갈아 정성껏 틈새 없이 색칠한 그림 임 만난 한순간 한마디 말 못한 채 눈만 바라보다가 금시 아이스크림처럼 녹았습니다. 딴은 나 혼자 맘 드러내지 못하는 게 바보이지만 아는지 모르는지 너무 섭섭해 어찌 그리도 무심..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6.11
함구緘口 0 함구緘口 犬毛 趙源善 왕방울 눈 뜨고 열심히 세발자전거 굴리는 아이가 너무 너무 귀엽다. “아하 뉘 집 아들인지 고놈 참 잘 생겼네!”하고 쓰다듬으니 또랑또랑 대뜸 치 받는다. “넌 누구냐? 뉘 집 아들이냐?” 맞다 과연 “나는 누구냐?” 으 으 말을 말아야지. <0706>1집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6.10
초대招待 0 초대招待 犬毛 趙源善 언제라도 오라하면 비실비실 기어서라도 오리다 언제라도 가라하면 시적시적하며 조용히 가리다 언제라도 내 영혼이 술독에 풍덩 빠져 흐느적거리지만 않는다면. 되도록 나 술 궁할 때로 좀 불러 주시구려. <0706>*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6.09
분양分讓 0 분양分讓 犬毛 趙源善 어젯밤 느지막이 무창포 해수욕장 어떤 대폿집에서 우연히도 서해용왕을 만나 소주 몇 잔 올리고 옛날 토끼 간 얘기가 말짱 사기였노라 말해주고 바다 한 평을 선물로 분양받았다 산 것이든 죽은 것이든 맨 위에서부터 밑바닥 그리고 속까지 한 평 속에 들은 것은 몽땅 다 내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6.08
분배分配 0 분배分配 犬毛 趙源善 답삭 마주 앉더니 오지게 딱 잘라 말한다. 내 꺼 다섯 개 집 내 꺼 땅 내 꺼 통장 내 꺼 애들도 내 꺼야 당신 꺼 다섯 개 술하고 컴퓨터하고 낚싯대하고 테니스라켓과 자동차가 당신 꺼야 똑같이 다섯 개씩 불만 있어요? 으 아 나 쫄딱 망했다. <0706>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