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累
犬毛 趙源善
귀가 얇고 커서 못 생겨
자꾸만 간지럽고 또 부끄러워
당나귀 귀 감추려고 코끼리 귀를 씌웠더니 사람들이 자꾸 웃는 군요
아 어쩌나 고심 끝에
“그래 맞다 내 귀는 당나귀 귀다 어쩔래?”하고 고래고래 외쳐댔더니
사람들이 더욱더 크게 웃는 군요
내가 왜 이럴까 이유가 뭘까 귀 기울여보니
때를 놓쳤다고 수근수근 와글와글 하데요
외고집 떼꾼이라나요
이미 어느 정도를 넘어서서 중증 이상 이래요
귀가 문제가 아니라고요 머리 어디에 사고가 난 모양이에요
되지도 않는 묘한 말이 이판사판 아무렇게나 술술 쏟아져 나오니 원 참
곰곰 생각해봐도 어떻게 걷잡을 수가 전혀 없어
내 보기에도 내가 정말 이상해요
그저 내 밥 먹는 내 식구만 마지못해 내 편일 뿐
더 이상 임들께 누累를 끼치기가 두려워
손톱 발톱 다 깎고
뚝딱 짐 싸기로 결심 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떠나기로 했지요
여러분
그럼 안녕히.
<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