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어리 0 응어리 犬毛 趙源善 그 무엇을 아시는가? 시커멓게 보이는 사진이 전부가 아니야. 제아무리 날고 기어 돋보기 아니라 현미경으로 들여다봐도 그건 껍데기에 불과해 무슨 컴퓨터단층촬영, 자기공명영상진단 어쩌고저쩌고 속을 훤히 본다 해도 썩어가는 암세포 조각 하나 찾기 힘들어 아이 참, 그 얘..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9.07
생일 0 생일 犬毛 趙源善 쉰 네 번째라나? 귀가 빠져서 간지러운지 우물쭈물하다가 내 잠 꼬랑지를 꾹 밟았으니 날밤을 새야할 거다 빤히 그럴 줄 알면서도 뜬금없이 그 알량한 주문을 왜 걸었는지 모르겠다. “너 여태껏 어떻게 살았니?” 허구 헌 날 메아리 없는 아우성이지 뭐 의식의 속이 바닥 안 보이게..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9.06
비애悲哀 0 비애悲哀 犬毛 趙源善 제1일 - 출근해서 슬리퍼 갈아 신다보니 양말 색이 각각 다르다 제2일 - 오줌 누려고 바지춤 들추고 보니 팬티 앞 구멍이 없다 제3일 - 강아지 데리고 산책 나가다 엘리베이터 거울 보니 티셔츠를 뒤집어 입었다 제4일 - 지하도 계단 위 엎드린 아저씨 1000원 주고 보니 10000원짜리..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9.04
단서但書 0 단서但書 犬毛 趙源善 다 마시고 인사불성人事不省 취하든 다 벗고 월하광란月下狂亂 날뛰든 다 날리고 백수건달白手乾達 뭉개든 다 처먹고 기진맥진氣盡脈盡 배터지든 다 드러내고 공갈협박恐喝脅迫 짓누르든 다 휘두르고 기고만장氣高萬丈 자빠지든 다 버리고 야반도주夜半逃走 튀어버리든. 그..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9.01
밤송이 0 밤송이 犬毛 趙源善 그것이 까먹는 입장에서는 귀찮고 따가운 가시이고 일단 목숨 지키는 편에서는 단 하나뿐인 결사적인 무기라 그래도 기어이 겹겹 성벽 뚫어 떡하니 속 파먹는 벌레가 있지 기는 놈 위에 슬쩍 업힌 놈 찰싹 들러붙은 놈 뛰는 놈 나는 놈까지 죽어라 창槍 들고 골 터지게 지켜봤자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8.28
윈도 브러시 0 윈도 브러시 犬毛 趙源善 그들 움직이는 범위는 항상 여기에서 저기 코를 원점으로 아홉시부터 한시까지 열한시부터 세시까지 아주 깔끔하게 둘이 협동하여 심란한 얼굴 반쪽을 각각 열심히 빗금으로 청소 한다 쓱 싹 쓱 싹 쓱 싹 쓱 싹 볼따구니이하 침 튀기는 주둥이와 턱 아래쪽은 일자무식이 춤..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8.21
오래 살려면 0 오래 살려면 犬毛 趙源善 더러운 돈은 두 장씩 후다닥 세고 언짢은 나이는 반년씩 더듬더듬 먹고 아름다운 기쁨은 반에 반개씩 쪼개 길게 나누어 누리고 서러운 슬픔은 두 뭉치씩 한꺼번에 묶어 재빨리 흘려버리고 시원한 물은 벌컥벌컥 한 대접 시원스레 삼키고 쓴 술은 꼴깍꼴깍 반잔만 꺾어 마셔..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8.20
폭탄주 0 폭탄주 犬毛 趙源善 오늘 이 한잔 술 그리움과 미움과 슬픔과 저주와 욕심과 불행 등등 온갖 잡것 다 쏟아 넣어 휘젓고 흔들어 폭탄주로 단숨에 원 샷이다 안주도 사정없이 실컷 두들겨 패 찢어발긴 북어포로 시뻘건 초장 찍어 우걱우걱 씹는다. 자 이제 누가 뭐래도 내게는 사랑과 행복만 남았다 신..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8.13
매미 0 매미 犬毛 趙源善 너는 입에 풀칠 걱정 안 해도 되는 백수니까 거기 높다란 곳에 찰싹 들러붙어 그렇게 노래하며 놀지 원수 같은 비 앞뒤 안 가리고 밤낮없이 들입다 퍼 부으니 그날 벌어 먹고사는 하루살이와 잠자리는 날개가 부러졌어 허우적거리며 떠내려가는 개미떼랑 산지사방 물바다로 조져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8.09
옭매듭 0 옭매듭 犬毛 趙源善 행여나 하고 자꾸 주무르지 말아야 해 금쪽같은 시간 버리며 올가미 점점 더 꼭 죄어지고 애매한 손끝 물집만 잡혀 부르트는 거야 처음에 냉큼 쑹덩 가위질했어야 간단 시원하지 지금이라도 늦은 건 아니야 빨리 잘라버려 어서. <0708>*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