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그 맛 아니?

犬毛 - 개털 2007. 10. 1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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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맛 아니?

犬毛 趙源善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내 평생 분명히 기억하는 대단한 맛 꼭 네 가지라

설탕 한 술 넣어 휘휘 저은 막걸리 왕대포

푹 삶아 양파 쑹덩쑹덩 쓸어 고추장 떠 넣고 맨손으로 쓱쓱 버무린 돼지고기

그 길고 긴 한 달 코 박고 죽자하며 끊었다 결국 다시 피운 짜릿한 첫 담배

무엇 때문인지 혼자 엎드려 실컷 울다가 찔끔 핥았던 눈물

이것들이 딱 언제였는지 모르지만 정말 기막힌 맛 이었다

한데 문제는

그 맛 요즘 무엇으로 어떻게 무어라 표현할 수가 없으며 도대체 느껴지지도 않는다는 사실

먹어 봐도 또 먹어 봐도 또 먹어 봐도 어디론가 그 맛 홀연히 사라졌으니

내 잃어버린 기막힌 그 맛 도대체 어느 놈 뱃구레 깊이 꽁꽁 숨었단 말인가

벌릴 입 있어 겨우 먹기는 하는데 맛 도둑맞은 혀 완전히 꼬부라졌나보다

이리하여 나는

새록새록 영원히 기억할 엄청난 다른 맛을 창조하자 굳게 결심하고

이리 저리 궁리 고심 끝에

호두과자 천원 어치를 된장 발라 먹었다

눈 꽉 감고

아귀아귀 

꾸역꾸역 

웩웩거리며.

 

그 맛 몰라! 

<0710>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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