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병持病
犬毛 趙源善
그 병病
보나마나 뻔해
제 혼자 세상 짐 다 짊어진 것처럼
무거워 외로운 척 흠뻑 비까지 젖어
의자에 매달려 병나발 푸푸 불면서
처량하게 아무 뜻 없는 연기나 뻑뻑 하늘로 날리고
이내 빙글빙글 제 그림자와 팔분의 육 박자 숨바꼭질 돌다가
결국 변소에 숨어 거울을 볼 거야 아마
전신 뒤덮은 술거품을 면도한답시고
퀭한 눈 치뜨고 칼 든 손 부들부들 떨며
가슴 깊이 벤 상처 펄펄 솟는 통증은 이미 못 느끼는 환각상태야
그저 못 갖춘마디라는 자격지심만 질겅질겅 씹어 대서
오른 쪽 어금니 흔들흔들 하더니 뒤 이어
온 머리카락 하나하나가 벌침으로 돌변해 뇌 속 깊이깊이 사정없이 들이 박힌다
칠흑 같은 밤이야
그래!
달도 별도 없는 걸 진짜 좋아해
맞지?
누구라도
1. 절대 접근하지 말 것
2. 관심가지지도 말 것
3.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둘 것.
<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