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털 0 개털 犬毛 趙源善 삶은 닭 한 마리 툭 던져주고 다리가 제일 맛있으니 먼저 뜯어라 모가지는 위에서부터 훑어 빨아 먹어라 뒤 꽁지는 순 기름투성이이니 아예 먹지마라 가슴살은 파닥파닥 제일 맛이 없으니 나중에 먹어라 뼈다귀는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라 이런 염병할 아니, 개가 어디 사람 시키는..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8.02.12
고독孤獨 0 고독孤獨 犬毛 趙源善 있지? 난 비록 밤새워 꼬박 천근만근 무거운 몸으로 진흙탕이나 가시밭 또는 낭떠러지 길 겨우 한 뼘 벌벌 기어 온몸에 피 흘리면서라도 (느려터진 달팽이라 비웃어도 괜찮아) 진짜 내가 가고 싶은 곳 앞으로만 똑바로 웃음 지으며 갈 거야 넌 어때? <0801>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8.01.29
멍하니 0 멍하니 犬毛 趙源善 눈이 마주쳤다고 내가 널 보고 있다 생각 하지마라 그냥 보이는 건 다 허상일 뿐 네 가슴을 활짝 열어주어야지 시커멓게 칠한 채 꽁꽁 묻어놓고 껌벅껌벅 내숭떨면 안돼 뭘 어쩌라는 거야 솔직히 나 멍하니 눈 뜬 장님이야.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0711>*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11.04
헛소리 0 헛소리 犬毛 趙源善 한번 싫으면 두고두고 싫다 그러면 안 되는 데 하면서도 그러니까 첫 만남 잘 보여라 내 더러운 성질 못 말리거든 놀랄까봐 미리 말하는 거야 사실 나 좀 제정신이 아니야 늘 머릿속이 뱅글뱅글 돌거든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알아요 제 잘난 맛에 사는 거 알지? 오늘 싫으면 내일도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9.02
개털 0 개털 犬毛 趙源善 왜 하필 개냐고? 공연히 궁금한 척하고 캐묻지 마시라 댁의 이름값이나 곰곰 생각해 보셔. 짐승이면 제가끔 털을 가져 다 나름대로 용도가 있지 난 그저 사방십리 역겨운 내 냄새를 풍기고 싶은 게야 혹여 개털 태우는 진한 향기(?)가 나면 그냥 코 막고 고개 외로 꼬지 말고 지긋이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8.14
합리화合理化 0 합리화合理化 犬毛 趙源善 치사하고 나약하고 단순하고 어리석음. 작심 7일차 - 대단하지 그러나 일단 외출하면 반드시 문제 발생 지하철 계단 내려서면 두 팔 비틀려 엎드린 걸인을 필히 만나게 됨 사람은 인정이 있어야 함 저만치 지나치고나서야 슬며시 돌아서서 지갑 들춰보는 치사함 잔돈이 없..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7.18
멋대로 살기 0 멋대로 살기 犬毛 趙源善 피가 펄펄 끓을 때는 목청이 좋아 오지 말라 사래질해도 부득부득 두발로 갔지 이제는 피가 식어 뻔한 음치거든 자꾸 벗기다보니 알맹이만 남은 양파야 제발 오라 멱을 잡아끌어도 노새고집 네발로 버티는 처지 꺼칠한 꼬락서니 추스르기 바쁘고 제 몸 하나 건사 못한다는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7.10
구더기 0 구더기 犬毛 趙源善 까만 플라스틱 상자 안에 우글우글 조물거리는 요 놈 각각 한 마리가 은빛 싱싱한 피라미나 무지개 색 영롱한 쉬리나 뚝심 좋은 모래무지로 바뀌는 아찔한 손맛을 볼 수도 있지만 그거야 운이 지독히 좋은 경우고 대부분 잔치 끄트머리에 진수성찬 공짜배식으로 흩뿌려지는 팔자..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6.26
미안해 0 미안해 犬毛 趙源善 부모님 양지쪽에 잘 모셨어 새끼들 다 잘 컸고 이 나이에 직장 맘에 들어서 씩씩 튼튼해 실컷 마시고 술값 걱정 안 해도 되고 꼴에 글까지 쓴다고 주절거려 구박하는 사람도 전혀 없어 아무도 날 못 말려 그래서 정말 나 행복해. 너한테는 좀 미안해 마셔라. <0706>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