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털
犬毛 趙源善
삶은 닭 한 마리 툭 던져주고
다리가 제일 맛있으니 먼저 뜯어라
모가지는 위에서부터 훑어 빨아 먹어라
뒤 꽁지는 순 기름투성이이니 아예 먹지마라
가슴살은 파닥파닥 제일 맛이 없으니 나중에 먹어라
뼈다귀는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라
이런 염병할
아니,
개가 어디 사람 시키는 순서대로 그리 먹겠나?
개 코 벌름벌름
개 귀 쫑긋쫑긋
개 혀 길쭉길쭉
개 이빨 삐죽삐죽
개 입 으앙으앙
개 참 엄청나게 무섭지
개 제 놈이 다 알아서 냄새 맡고 듣고 핥고 씹어서 꿀꺼덕 삼키는 거야
개 잘 알고 보면 무척이나 똑똑해
개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다니까
그러니
꼴 같지 않게 오만상 찌푸리며 무얼 어떻게 먹는다고 쯧쯧 거리지 마시라.
개가 짖으면 무슨 일이 반드시 있는 것
공연히 멍멍거리지는 않아
오로지 흑黑 아니면 백白으로만 보고
아주 충성스럽게 살지.
어쩌다
개 화나면 눈에 뵈는 게 없어
함부로
욕보이지도 말고 아는 척 손 내밀지도 말고 공연히 건드리거나 발길질도 하지마시라
그래 사실
개
알고 보면 꽤 괜찮은 놈이야.
문제가 있다면
아무 거리낌 하나 없이
사방에 마구 흩뿌려 휘날리는 개털이지
개털!
허 허 허.
<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