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더기
犬毛 趙源善
까만 플라스틱 상자 안에 우글우글 조물거리는 요 놈 각각 한 마리가
은빛 싱싱한 피라미나 무지개 색 영롱한 쉬리나 뚝심 좋은 모래무지로 바뀌는
아찔한 손맛을 볼 수도 있지만
그거야 운이 지독히 좋은 경우고
대부분
잔치 끄트머리에 진수성찬 공짜배식으로 흩뿌려지는 팔자.
나는 금방 추억 한다
널판자 두 쪽을 밟고 쭈그려 내려보던 살벌한 풍경
저 아래 똥통 속 굵직하고 튼실하고 누리끼리 물 좋던
꼭 반공도덕 책 속 육이오 이야기 중공군 같은 놈들
앞서거니 뒤서거니 꼬리를 물고 눈이나 떴는지 감았는지 악착같이 고지점령을 시도하는
떨어지면 기어오르고 또 떨어져도 또 기어오르는 오로지 무작정 단심 일차적 돌격본능
구더기가 파리가 되고 파리가 알을 낳고 알이 구더기가 되고 구더기가 파리가 되고
이리하여 하늘에는 파리가 왱왱 붕붕 날뛰고 땅에는 구더기가 두루 넘실거리는
날개와 주름살의 왕국
등골이 오싹 시리다
어쩌나.
가슴 두근거리는 천렵 길에
2000원주고 낚싯밥 사면서
하필 똥처럼 구린 생각 더듬는 이 구더기 같은 놈이 누구냐?
껄껄껄.
<0706> 1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