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사정 0 濯斯亭탁사정 犬毛/趙源善 발 씻으려 갓끈 풀었더니 가슴이 저리도록 맑아지네. 청산靑山 굽이굽이 휘감은 녹수綠水 기암奇岩을 베개 삼아 용소龍沼에 눕고 절경絶景에 취한 나그네 엉덩이 노송老松그늘 정자마루에 붙어 찰랑 한잔 술에 덩실덩실 해지는 줄도 모르더라. <0602> 주해: 탁사정 - 충..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2.25
나무 물고기 0 나무 물고기 犬毛/趙源善 입 방긋 눈 초롱초롱 비늘 금물결로 반짝반짝 꼬리 살짝 비튼 매무새로 푸득푸득 들풀 고운 손짓 하늘하늘 차향茶香 가득해 은은 정情 찰찰 흐르는 쉼터. 참 아름다워 싱싱하다. <0602>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2.25
졸업 0 졸업卒業 犬毛/趙源善 어미 배 밖으로 나온 순간이 바로 세상 속으로 들어온 것임을 병아리가 울타리 밖으로 나온 순간이 바로 야시장 아사리 판 속에 휑하니 던져진 것임을 이제 너의 무한한 자유는 책임과 의무에 가로 눌려 바야흐로 구속과 속박이 위세를 떨치리니 교차로 한가운데 강아지라 아..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2.22
파종播種 0 파종播種 犬毛/趙源善 아침인가보다 냄새나는 활자가 지렁이처럼 기어 다니다가 갑자기 부풀어 오르더니 사정없이 목을 죈다 컥컥 부리나케 뒤주뚜껑을 열고 한줌 움켜쥐고 달려 나가면 엘리베이터는 이미 죽었다 십칠 층의 계단만 살아있다 이빨 빠진 공원벤치에 달랑 올라 앉아 담배 두 대를 연..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2.21
된서방 0 된서방 犬毛/趙源善 어머니 우리 어렸을 때 딸들한테는 된서방 맞아봐야 안다 중얼중얼 나한테는 된서방 노릇 아예 하지마라 중얼중얼 만두를 놋숟갈로 조곤조곤 빚으시며 또는 솔잎을 성긴 갈퀴로 박박 긁으시며 당신 얕은 하늘에 띄워 조그맣게 노래 하셨다 그럭저럭 사위보고 며느리들일 이 무..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2.21
아주 철학哲學 0 아주 철학哲學 犬毛/趙源善 베풀어 나눔은 넉넉히 아주 많이 거두어 챙김은 조금씩 아주 적게 섬기어 모실 땐 포근하게 아주 빨리 등대고 내칠 땐 다독다독 아주 더디게 참는 용서는 너그럽게 아주 순식간에 꾸짖는 비난은 부드럽게 아주 차분하게 만나고 사랑함은 지금당장 눈 뜨고 여기서 길게 아..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2.19
낚시 - 그 삼각관계 0 낚시 - 그 삼각관계三角關係 犬毛/趙源善 아마 거울위에 흰 설탕 흩뿌려 개미들을 유인誘引하면 저럴게다. 귀때기 떨어져도 아랑곳 안 해 제각기 구멍하나씩 꿰차고 앉아 애 어른 할 것 없이 세월 사랑하느라 바글바글 인간사人間事 천태만상千態萬象이라 하는 일 참 가지가지로 많다. 징그럽게 양..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2.18
실수 0 실수失手 犬毛/趙源善 이리할까 맞아 그리하면 안돼 이리해야지 그리할까 맞아 이리하면 안돼 그리해야지 도대체 이 뭔 짓인가 오른손 왼손이 따로 놀다니 쯧 쯧. 이 각박刻薄한 세상 살면서 나 빼고 모조리 적敵이라고 나는 그래도 아니라고 외고집으로 올곧게 살아왔는데 오늘 오락가락하며 나마..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2.17
왕王의 물건物件 0 왕王의 물건物件 犬毛/趙源善 왕王이 어쩌다가 답지도 않은 서재書齋 그저 남 앞에 둘러대는 실實은 골방 불시不時 감사監査로 서랍정리整理 비상을 걸면 가지런히 누워 왕王의 눈치만 보던 친구들 단 한번으로 가늘게 길게 혹은 굵게 색정色情을 흘려 사정射精의 가능성을 타진打診하므로 살생부..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2.16
안개 0 안개 犬毛/趙源善 대지大地를 가볍게 타고 앉아 팔방八方으로 숨통 조이는 물 먹은 하얀 솜이불 허둥거리지 마 먼저 눈부터 감아라! 폐쇄공포閉鎖恐怖로부터 벗어나려 안간힘쓰는 크게 숨 들이마신 가슴 한 구석 거기 아주 조그만 구멍 하나 뚫고 거대한 모래시계처럼 쉼도 없이 흘러내리는 하늘의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