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종播種
犬毛/趙源善
아침인가보다
냄새나는 활자가 지렁이처럼 기어 다니다가
갑자기 부풀어 오르더니 사정없이 목을 죈다
컥컥
부리나케 뒤주뚜껑을 열고 한줌 움켜쥐고 달려 나가면
엘리베이터는 이미 죽었다
십칠 층의 계단만 살아있다
이빨 빠진 공원벤치에 달랑 올라 앉아 담배 두 대를 연신 빨아댄다
뻑뻑
머리끝부터 장딴지까지 폭포 같이 콸콸 쾌감이 흐를 때
주머니 속 곤두서는 쌀알들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이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그리하여 모래밭에 씨를 뿌리고
정성껏 자근자근 밟아야지
오줌도 주고
꾹꾹
발이 시리다
찔끔 적신 바지 앞자락 누가 볼까 무서워 고양이처럼 대문을 연다
이불귀 젖히고 슬며시 발 디 밀면 전기장판이 너무 따사해 오싹 소름이 돋고
새우등 오므린 가슴이 두근두근 뒷북 두드려
둥둥
심장의 메아리가 귀청아래 차츰차츰 사그라지면
아닌 데
이게 아닌 데.
흐흐
과연 저기서
새봄에 싹이 날까?
<0602>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 물고기 (0) | 2006.02.25 |
---|---|
졸업 (0) | 2006.02.22 |
된서방 (0) | 2006.02.21 |
아주 철학哲學 (0) | 2006.02.19 |
낚시 - 그 삼각관계 (0) | 2006.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