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왕王의 물건物件

犬毛 - 개털 2006. 2. 16. 06:08

 

0

 

왕王의 물건物件

犬毛/趙源善



왕王이

어쩌다가

답지도 않은 서재書齋

그저 남 앞에 둘러대는 실實은 골방

불시不時 감사監査로 서랍정리整理 비상을 걸면

가지런히 누워 왕王의 눈치만 보던 친구들

단 한번으로 가늘게 길게 혹은 굵게 색정色情을 흘려

사정射精의 가능성을 타진打診하므로 

살생부殺生簿를 따로 준비할 필요가 전혀 없다

한 때 가슴팍에서 개 폼 잡던

녹슨 파일럿, 몽블랑, 파카는 조루早漏라 문전門前을 더럽히니 나가죽어라

외제外製 배때기에 태극기 꼽고 으스대던 시대는 갔거든

그러게 가끔 딸딸이 놀이라도 하라 했거늘 하기야 그게 제 탓은 아니다만

재활용再活用이나 장기기증臟器寄贈같은 돈 되는 이해타산利害打算까지

수구파守舊派 노신老臣들 시들어 꼬부라진 줏대인지라

왕王은 

단칼에 모두 베어버린다

재물조사財物調査 결과結果는 극히 간명簡明하다

모나미 153 0.7밀리 흑색볼펜 스물 세 자루 - 상태 지극히 양호

주야불문晝夜不問 24시간대기 언제라도 명령만 내리시면

백수건달이지만 신체건강하고 정액精液 충만充滿하며 싱싱하고 빳빳함.


왕王은 이미 머리가 텅 비어 글발이 하얗게 식었으며

왕王은 아예 손이 떨려 글씨조차 못쓰고

왕王은 그저 눈만 꿈적꿈적하면서

왕王은 항상 말만 중얼거리고 있으니

왕王은 결코 저 씩씩한 놈들을 다 쓰지 못하고 죽을 것이 분명分明하다.


왕王의 물건物件이라고 다 좋은 게 아니다.

<0602>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낚시 - 그 삼각관계  (0) 2006.02.18
실수  (0) 2006.02.17
안개  (0) 2006.02.14
무無 타령  (0) 2006.02.13
보름달  (0) 2006.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