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王의 물건物件
犬毛/趙源善
왕王이
어쩌다가
답지도 않은 서재書齋
그저 남 앞에 둘러대는 실實은 골방
불시不時 감사監査로 서랍정리整理 비상을 걸면
가지런히 누워 왕王의 눈치만 보던 친구들
단 한번으로 가늘게 길게 혹은 굵게 색정色情을 흘려
사정射精의 가능성을 타진打診하므로
살생부殺生簿를 따로 준비할 필요가 전혀 없다
한 때 가슴팍에서 개 폼 잡던
녹슨 파일럿, 몽블랑, 파카는 조루早漏라 문전門前을 더럽히니 나가죽어라
외제外製 배때기에 태극기 꼽고 으스대던 시대는 갔거든
그러게 가끔 딸딸이 놀이라도 하라 했거늘 하기야 그게 제 탓은 아니다만
재활용再活用이나 장기기증臟器寄贈같은 돈 되는 이해타산利害打算까지
수구파守舊派 노신老臣들 시들어 꼬부라진 줏대인지라
왕王은
단칼에 모두 베어버린다
재물조사財物調査 결과結果는 극히 간명簡明하다
모나미 153 0.7밀리 흑색볼펜 스물 세 자루 - 상태 지극히 양호
주야불문晝夜不問 24시간대기 언제라도 명령만 내리시면
백수건달이지만 신체건강하고 정액精液 충만充滿하며 싱싱하고 빳빳함.
왕王은 이미 머리가 텅 비어 글발이 하얗게 식었으며
왕王은 아예 손이 떨려 글씨조차 못쓰고
왕王은 그저 눈만 꿈적꿈적하면서
왕王은 항상 말만 중얼거리고 있으니
왕王은 결코 저 씩씩한 놈들을 다 쓰지 못하고 죽을 것이 분명分明하다.
왕王의 물건物件이라고 다 좋은 게 아니다.
<0602>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낚시 - 그 삼각관계 (0) | 2006.02.18 |
---|---|
실수 (0) | 2006.02.17 |
안개 (0) | 2006.02.14 |
무無 타령 (0) | 2006.02.13 |
보름달 (0) | 2006.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