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0 개 犬毛 趙源善 나는 개가 좋다. 개 같은 놈이라는 소리가 귓등으로 울려 일단 못 들은 척하고 돌아섰지만 두 발로 걷고 꼬랑지도 없고 침도 안 흘리고 색맹도 아니고 그저 가끔 하늘 바라보고 왈왈 혼자 떠들 뿐 미쳐서 남을 해코지한 적은 없는데 말이다 혹여 그게 좀 시끄러웠을까? 개도 개 나름 아..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03.24
지구地球 0 지구地球 犬毛 趙源善 참는데한도가있어서견디다못해죽을지경이라 온몸여기저기구석구석사방팔방난리법석이다 비비꼬이고펑펑터지고쭉쭉찢어지고꽝꽝얼고 콸콸들이붓고활활타고퍽퍽무너지고줄줄녹고 푹푹썩고펄펄쏟고쌩쌩몰아치고뻥뻥자빠지니 만신창이되어어쩔도리없이널부러진신세로다..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03.22
황사黃砂 0 황사黃砂 犬毛 趙源善 백수 아들 얼굴 백수 딸년 얼굴 백수 남편 얼굴 백수 아내 얼굴 백수 정치 얼굴 백수 하늘 얼굴. 백수에 시달려 하나같이 싯누렇게 뜬 얼굴. <1003>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03.20
치사한 양면兩面 0 치사한 양면兩面 犬毛 趙源善 어제 술 미워하고 오늘 술 사랑하고 어제 돈 미워하고 오늘 돈 사랑하고 어제 글 미워하고 오늘 글 사랑하고 어제 아내 미워하고 오늘 아내 사랑하고. <1003>*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03.19
무죄 0 무죄 犬毛 趙源善 내가 술을 마셨냐? 술이 나를 마셨지 내가 돈을 챙겼냐? 돈이 나를 챙겼지 내가 꿀을 빨았냐? 꿀이 나를 빨았지 내가 욕을 뱉었냐? 욕이 나를 뱉었지 내가 글을 읊었냐? 글이 나를 읊었지 내가 너를 먹었냐? 네가 나를 먹었지. <1003>*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03.17
오리 떼 0 오리 떼 犬毛 趙源善 오리 떼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오리 떼는 주인의 회초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아니합니다 오리 떼는 오직 대장의 뒤통수가 법이랍니다 오리 떼는 그렇게 잘 삽니다 오리 떼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1003>*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03.16
옹달샘 0 옹달샘 犬毛 趙源善 큰맘먹고나섰습니다 이리보아도저리보아도 한집건너줄줄이온통먹는집뿐입니다 늘무심히지나쳤는데 이렇게나먹을집이많은줄몰랐습니다 이집저집기웃거리다가 이것저것먹을게너무도많아서 그만노랗게질려버렸습니다 나야어쩌다한번이지만 집집마다누가와서다먹어주는지..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03.15
이른 봄날 오후 어느 실없는 놈의 글자 맞추기 놀이 0 이른 봄날 오후 어느 실없는 놈의 글자 맞추기 놀이 犬毛 趙源善 미운 늦겨울바람이 임자 없는 쓰레기통을 홀랑 뒤집습니다 아무짝 쓸모없는 것들이 사방에 데굴데굴 굴러다닙니다 저 그림이 과연 예술인지 외설인지 영 모르겠습니다 닥치는 대로 막 먹는 불가사리였으면 좋겠습니다 거미줄을 두려..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03.14
개개비 0 개개비 犬毛 趙源善 아무도 몰래 가만히 임 계신 쪽 향해 두 손 내밀고 눈 살포시 감고 킁킁거리며 향기 더듬다가 마침내 아찔하게 코끝 스치는 바람 한 점을 움켜잡아 쾅쾅 뛰는 가슴 부여안고 죽을 때까지 두고두고 보듬으려는 욕심에 마음 속 깊이 갈무리하려 눈을 뜬 순간 아 아 그만 개개비처럼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03.11
악착齷齪 0 악착齷齪 犬毛 趙源善 낮에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눈치 보다가 밤만 되면 곰처럼 얼큰해져서 미련한 발악을 하지만 보나마나 새벽에는 거시기 비실비실할 것이고 마누라 슬쩍 던지는 날카로운 한 마디 귓등에 꽂힐 때 못 들은 척 별 뾰족한 수 없이 알약 일곱 개 또 꾸역꾸역 삼킨다. 누가 오십 일곱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