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0 눈 犬毛 趙源善 지천에 겹겹 쌓인 눈이 애물이다 가만히 눈을 감고 눈을 생각한다. 눈으로 밥을 짓는다 눈으로 떡을 빚는다 눈으로 때를 벗긴다 눈으로 불을 피운다 눈으로 집을 짓는다 눈으로 정을 나눈다 눈으로 죄를 사한다. 이리하여 눈은 우리 모두에게 내리는 하늘의 축복이다 나는 감은 눈을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01.09
귀머거리 0 귀머거리 犬毛 趙源善 돌이 뭐라 하더냐? 산이 뭐라 하더냐? 강이 뭐라 하더냐? 비가 뭐라 하더냐? 눈이 뭐라 하더냐? 나무가 뭐라 하더냐? 바람이 뭐라 하더냐? 바다가 뭐라 하더냐? 하늘이 뭐라 하더냐? 너 뭐 들었으면 내게 좀 알려줘 난 귀 꽉 막힌 지 아주 오래거든. <1001>*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01.08
난蘭 0 난蘭 犬毛 趙源善 그저 물만 자꾸 주었더니 비실비실 마지막 한 잎까지 바싹 말라버려 한 달 지나도록 설마, 설마 새 싹을 기다렸는데 그만 죽어버렸습니다 임이 물만 너무 많이 준 까닭에 뿌리가 다 썩어버렸노라고 아주 먼 길 원망도 없이 훌쩍 떠났습니다. “밥은 개뿔이고 정이 진짜란다.” 생전..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01.07
띠 0 띠 犬毛 趙源善 제가끔 편한 대로 아무렇게나 끌어다 붙이고는 애들처럼 좋아라고 손뼉 치며 놀아나니 꼴이 우습군요. 어차피 한 번 태어나 한 번 죽는 건 사람이나 짐승이나 다 매한가지인데 쥐 뱀 닭 토끼 개 양 돼지 소 말 원숭이 호랑이 껍질 따위를 뒤집어쓰다니 세상에서 사람이 으뜸 아니던가..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01.04
아들아! 0 아들아! 犬毛 趙源善 무조건 정에 묶이지 말고 정을 주어라 힘에 눌리지 말고 힘을 쓰거라 돈에 매이지 말고 돈을 풀거라 욕에 연하지 말고 욕을 잊어라 칼에 &#51922;기지 말고 칼을 막아라 악에 굴하지 말고 악을 딛어라. 무조건 틀려도 감사하고 맞아도 감사해라 슬퍼도 감사하고 기뻐도 감사해라..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01.03
새해 - 횡설수설 0 새해 - 횡설수설 犬毛 趙源善 오늘 뜨는 저 해가 어제 졌던 바로 그 해다. 선과 악이 다투면 늘 악이 이기지 언젠가 반드시 선이 이긴다고는 하는데 엎치락뒤치락 옳으니 그르니 하다보면 얼마만큼 가서 어디가 어떻게 왜 끝인지 누구도 몰라 그냥, 하나 슬펐으면 하나 즐거울 것을 삼킨 게야 그냥, 하..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10.01.02
독백獨白 0 독백獨白 犬毛 趙源善 세시반이면첫새벽인데지독하게오줌이마려우니정말미칠노릇이다 얼핏,그럴수있다면아내가내오줌을대신누어주면좋겠다고생각한다 쪼르륵쪼르륵쫄쫄끝도비실비실시원치않아그만물을콱내려버린다 살금살금누우니머리가말똥말똥해지며오늘이십이월삼십일일임을기억한다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12.31
아쉬움 0 아쉬움 犬毛 趙源善 보고 싶을 때 쪼르르 휑하니 달려가 번쩍 안아버리면 참 좋겠지 그런데 그게 아니야 아마도 그리하고 나면 다음엔 보고 싶은 마음이 훨씬 덜 할 터 갈증 솟는다고 벌컥 벌컥 물 들이마시면 안돼 한 모금씩 잘근잘근 입을 축여야지 굵고 짧은 것보다는 가늘고 긴 게 좋아 살아 누려..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12.30
편지 0 편지 犬毛 趙源善 고심 끝에 당분간 두문불출 은둔하기로 결심 합니다 오랫동안 무리한 내 기계를 수리 정비 합니다 겉이나 속이나 여러 곳이 이미 고장입니다 걷기 늘이기 매달리기 기어 다니기 윗몸일으키기 찜질 전기자극 적외선조사 견인치료까지 최악의 경우 척추수술을 앞둔 마지막 발악입니..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12.28
폭설暴雪 0 폭설暴雪 犬毛 趙源善 모든 사람들의 고통을 모든 사람들의 불행을 모든 사람들의 슬픔을 모든 사람들의 교만을 모든 사람들의 욕심을 모든 사람들의 질투를 모든 사람들의 허영을 모든 사람들의 증오를 모든 사람들의 저주를. 새하얗게 말끔히 씻어 버렸으면 좋겠다. <0912>*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