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
犬毛 趙源善
제가끔 편한 대로 아무렇게나 끌어다 붙이고는
애들처럼 좋아라고 손뼉 치며 놀아나니
꼴이 우습군요.
어차피 한 번 태어나 한 번 죽는 건 사람이나 짐승이나 다 매한가지인데
쥐 뱀 닭 토끼 개 양 돼지 소 말 원숭이 호랑이 껍질 따위를 뒤집어쓰다니
세상에서 사람이 으뜸 아니던가요?
무얼 타고 난다는 게 되지도 않는 엉터리지요
그거 솔직히 심심풀이 땅콩처럼 놀자고 하는 장난이다 이겁니다요.
날카로운 눈에 쫙 뻗친 수염
비죽한 이빨과 감춰진 발톱
얼룩덜룩한 무늬와 늘씬하고 날렵한 몸매
거기다 빳빳한 꼬리까지
정말
늠름하지요
동물왕국의 제왕 천하의 맹수가
날마다 꾸벅꾸벅 졸기만 해요
끼마다 죽은 닭이나 허겁지겁 주워 먹고.
뭔 무식하고 건방진 헛소리를 지껄이느냐고요?
그래요 나 말띠라 말이 많은가 봐요
어쨌거나 내년엔 가죽 값 폭락 하겠네요
어흥- 어흥-
배고프면
냉수나 한 대접 키고 허리띠나 한 칸 늘리시지요.
허 허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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