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년) 614

문 견모 조원선 산책하다가 핀잔 들었다. 아내가 말하면 난 반드시 뭐라했느냐 되묻는다. 잘못 알아듣고 딴소리하는 것보다 확실하게 다시 물어보는 게 낫다. 퇴물 영감탱이란다. 하기사 온종일 계속 자꾸만 되물으니 짜증나겠지만 난 더 답답하다는 사실. 말소리는 안 들리는데 밤낮없이 귓속에서 매미는 울어대니. 돌발성난청 발병 7년차. 재작년에 한번 더 증세가 나빠져 오른쪽 청력 거의 상실. 이명과 공명도 극심. 첨단치료 받았지만 회복불가판정. 의사소통은 그런대로 가능해서 보청기는 싫고. 잘 아는 사이라면 크게 말해달라 하겠지만, 사람 만나는 게 귀찮다. 볼일 외출시에는 꼭 아내를 동반한다. 옆에 통역(?)이 있어야 안심이다. 서울가기 싫은 것도 관계있다. 둥이(개) 때문에 나 혼자 가야하는데 그게 문제. 아내는..

詩 (2020년) 2020.11.18

찔레귀신

찔레귀신 견모 조원선 쉬흔일곱에 태어나 쉬흔아홉에 한 귀 잡아먹고 예순에 벌거벗고 섬에 처박혀 예순하나에 찔레속곳 입고 예순둘에 찔레양말 신고 예순셋에 찔레바지 꿰고 예순넷에 찔레저고리 걸치고 예순다섯에 찔레목도리 두르고 예순여섯에 찔레입마개 하고 예순일곱에 찔레모자 쓰고 이제부터 새빨간 몸뚱이에 피울 새하얀 찔레꽃 생각한다 니들 찔레가시 맛 아니? 찔레꽃 향기 아니? (201116)

詩 (2020년) 2020.11.16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 견모 조원선 “딩동 - ” 아무나 때없이 들고나는 상자의 자궁은 하얗게 문지방이 닳았고 꼴에 부끄럽다고 창문이 없다 손가락으로 더듬는 쾌락의 순간들은 아라비아 숫자로만 반짝일 뿐 거기가 하늘이랍시고 치솟자마자 내팽개치는 허무한 궁합 두둥실 뽀얗게 떠다니는 먼지가 벽속 거울에 갇혀 오르락내리락한다 경로의자가 있으면 좋으련만 “딩동 - ”

詩 (2020년) 2020.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