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0년) 614

똥파리

똥파리 견모 조원선 애석하게도 나는 최저임금제에 해당이 안 된다 가나다라 강씨부터 카타파하 홍씨까지의 모든 제품은 천태만상 가지각색이고 각각의 그 성능은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이십사시간 철야근무하면서 지겹게 감상한다 내 목욕물은 적당한 온도와 압력으로 정조준한 물대포인데 포사격은 거의 끊임이 없다 난 완벽한 방어막을 쳤으며 집중포화와 융단포격에도 끄떡하지 않는다 나는 하얀 유리벽 속에 늘 날개를 활짝 펴고 흔쾌히 표적이 되어준다 나는 천하무적 영원무궁한 불사신이다 나는 공중변소 1길 1 - 1번지 남자소변기에 붙박이로 산다 (181101)

詩 (2020년) 2020.11.03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견모 조원선 제각각 가위만 내고 바위만 내고 보만 내는 세 놈이 가위란 놈은 보를 이겼다고 보배때기를 차고 바위란 놈은 가위를 이겼다고 가위뺨따귀를 치고 보란 놈은 바위를 이겼다고 바위이마빡을 깐다 날마다 가위 바위 보 세 놈이 죽자사자 싸움질한다 이젠 짜증나고 구역질나고 꼴보기싫고 욕나온다 세 놈 모두 꼴까닥 싹 뒈져버리면 정말 좋겠다

詩 (2020년) 2020.11.02

줏대

줏대 견모 조원선 길을걷다가갑자기짜장면이먹고싶어서중국집에들어갔다가 얼떨결에옆자리청년이땀흘리며먹는짬뽕으로시켜먹고나와 지하철타고오는한시간동안내내짜장면먹을걸하며후회했다 * 7년전 서울에서의 옛글을 읽고 어제 붉은오름 다녀오며 호기롭게 쟁반짜장을 시켰는데 미리 한 그릇 덜어놓고도 둘이서 쩔쩔(?)맸다. 이젠 배도 옛 배가 아니라는 슬픈 현실. 흑흑. 201101.

詩 (2020년) 2020.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