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문 犬毛 趙源善 내 문 열고 나가 남의 문 열고 들어가고 남의 문 열고 나와 또 내 문 열고 들어오고. 모든 게 반드시 문을 통하지만 닫혀있는 것처럼 보여도 다 닫힌 게 아니고 열려있는 것처럼 보여도 다 열린 게 아니다. 남의 문 벌컥 열지 말고 조건 없이 내 문 활짝 열자. 남보다 먼저 문.. 詩 (2015년) 2015.05.10
개줄 개줄 犬毛 趙源善 몽이는수놈이고둥이는암놈인데같이기르면서처음에수놈줄을길게묶었더니몽이가적극적으로달려들어줄이엉켜난리다.그래서줄을짧게매놓으니너무심심해한다.이번에는암놈줄을길게묶었더니둥이가적당히곁을주며가까이놀다가몽이가거칠어지면슬쩍몽의줄바깥으로.. 詩 (2015년) 2015.04.28
공중부양 공중부양 犬毛 趙源善 먹고 놀고 자는 것 같이 보이지? 손가락질과 경외의 눈길을 동시에 받는다고 아주 높은 곳에 앉아있는 기분이야 밤새도록 이명이란 놈과 놀면서 늘 오줌이 마려워 찔끔 거리지 곤두박질의 공포가 시시각각 목을 죄이면 허공에 뜬 내 아래엔 그림자가 없어 그래서 .. 詩 (2015년) 2015.04.28
우도 우도 犬毛 趙源善 내가 씹는 건 여물이 아니다 나는 삶을 되새김질 하는 중이다 나는 바다를 깔고 누워 물끄러미 한라산을 바라본다 나는 파도에게 젖을 물리고 이따금 긴 꼬리로 파리를 쫓는다 내가 이렇게 비스듬히 누운 까닭은 이 자세가 가장 편안하기 때문이다. <1504> 詩 (2015년) 2015.04.28
개가짖는이유 개가짖는이유 犬毛 趙源善 골목첫집개가짖고이어서앞집개가짖으면이어서우리집개가짖고이어서뒷집개가짖어온동네개들의이어짖기메아리행사가끝난다.개는절대로공연히짖지않는다.뭔가가나타났기때문이다.개는그렇게밤새도록동네를지킨다.개만도못한뒤구린인간들이밤중에제놈잠.. 詩 (2015년) 2015.04.28
고사리 고사리 犬毛 趙源善 사월 첫 단비를 기다리는 거시기 들판 천지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싱싱한 거시기 사정없이 꺾여 푹 삶아 말려 불려 무치고 데치고 볶아지는 거시기 그래도 줄줄이 아홉 번씩이나 씩씩하게 들이대는 거시기 찔레넝쿨 엉킨 숲을 거친 숨소리로 가득 채우는 거시기 하늘.. 詩 (2015년) 2015.04.24
굴 굴 犬毛 趙源善 굴은 결코 텅 빈 것이 아냐 앞을 가로막는 천만근의 고통을 손톱으로 후벼 파 뒤에다 차곡차곡 쟁여놓은 곳이지 그래서 굴이 캄캄한 거야. <1504> 詩 (2015년) 2015.04.22
깨달음 깨달음 犬毛 趙源善 꿩이왜대가리만풀속에처박고몸뚱이를허우적거리는지육십두살에서야알았습니다 쓰잘데없는몸뚱이를먼저처박으면아주귀중한대가리가밖으로드러나기때문입니다. <1504> 詩 (2015년) 2015.04.22
용량초과 용량초과 犬毛 趙源善 “띠링 - 저장 공간이 부족합니다!” 휴대폰만의 문제가 아냐 내 머릿속도 그래 버려야 해 과감히. <1504> 詩 (2015년) 2015.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