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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犬毛 趙源善
모처럼 산꼭대기 올라 이름 없는 바위를 마주한다,
내가 이 바위를 타고 앉느냐
아니면 이 바위가 나를 깔고 앉느냐
내가 몇 살이냐
그러면 이 바위는 과연 몇 살이냐
내가 말없이 자리를 비워준 엉덩이는 몇 개냐
이때까지 이 바위가 보듬은 엉덩이들은 과연 몇 개냐
내가 이 바위에게 뭘 내놓아 이길 수 있느냐
그래서 지금 이 바위가 껄껄 웃고 있지 않더냐.
진실로 아주 명백한 진실로
바위에 걸터앉은 게 내가 아니라 나를 깔고 앉은 게 바로 이 바위거늘
영원永遠은
피식 웃기만하고
좀체 말을 안 한다.
<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