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料理 3
犬毛 趙源善
식단표가 박살났다.
후후 불어가며 쩝쩝거리려던
오늘 저녁 무궁무진한 수제비의 단꿈이 깨어졌다
쫀득쫀득한 밀가루 반죽이 공중에 붕붕 날고
얼큰 시원한 조개국물이 왕창 뒤집어 쏟아졌다
새빨간 깍두기가 긴 오줌줄기로 녹아내려 흘러간다
이 사단의 원인은 술꾼 강부장 그 놈 꼬드김에 맥없이 넘어간 까닭이다
진짜로 난 이렇게 늦게까지 진탕 마실 생각은 아니었는데
사실 그저 자꾸 권하니까 입맛 당기는 대로 꿀꺽꿀꺽한 죄밖에 없지만
이리하여 당분간 저녁을 굶어야하는 비참한 긴급조치가 발동되리라
비상사태는 제법 삼엄하다
며칠이나 갈까마는
아무튼 간에 속 쓰린 건 나다
엄청난 손해지
나는 늘 내가 던진 돌에 맞아 이마빡이 시퍼렇다
끌 끌.
내일저녁 아내는 라면이다.
<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