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월여행蜜月旅行
犬毛 趙源善
그 해 그 날은 몹시 쌀쌀 했어 참 허둥지둥 거렸지
아무튼 정신이 절반折半은 나가있었으니까
날씨 탓은 아니야 처음엔 총각이라 다 그러려니 했는데
바로 그 시간부터 임자 만난 공식적 유부남有婦男으로
이십구 년간 내리 아옹다옹
밀고 당기고 던지고 받고 걸고 자빠지고 기고 뛰고 울고 웃었어
지금 이 순간 강원 인제 기린 진동리 조침령鳥寢嶺 꼭대기
추적추적 비 맞으며 어깨 맞대 섰다가
지우개처럼 모든 걸 싹 지워버린
막바지 가을의 기막힌 마술魔術 늪 속으로
탄성歎聲으로 변한 몸뚱이를 부둥켜안고 풍덩 뛰어 든다
이 거대한 산山이여
형형색색形形色色 짜릿하고 기기묘묘奇奇妙妙한 신비神秘여
거기 한 줄기 상큼한 아내의 향기香氣있으니
아 아 올해 오늘
똑같이 그날처럼
정신의 절반이 또 나가버린다
단풍이 나를 자꾸 죽이는 때문이다.
처음이 아닌데도 말이다.
<08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