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밀월여행蜜月旅行

犬毛 - 개털 2008. 11. 8. 19:13

 

0

 

밀월여행蜜月旅行

犬毛 趙源善




그 해 그 날은 몹시 쌀쌀 했어 참 허둥지둥 거렸지

아무튼 정신이 절반折半은 나가있었으니까

날씨 탓은 아니야 처음엔 총각이라 다 그러려니 했는데

바로 그 시간부터 임자 만난 공식적 유부남有婦男으로

이십구 년간 내리 아옹다옹

밀고 당기고 던지고 받고 걸고 자빠지고 기고 뛰고 울고 웃었어

지금 이 순간 강원 인제 기린 진동리 조침령鳥寢嶺 꼭대기

추적추적 비 맞으며 어깨 맞대 섰다가

지우개처럼 모든 걸 싹 지워버린

막바지 가을의 기막힌 마술魔術 늪 속으로

탄성歎聲으로 변한 몸뚱이를 부둥켜안고 풍덩 뛰어 든다

이 거대한 산山이여

형형색색形形色色 짜릿하고 기기묘묘奇奇妙妙한 신비神秘여

거기 한 줄기 상큼한 아내의 향기香氣있으니

아 아 올해 오늘

똑같이 그날처럼

정신의 절반이 또 나가버린다

단풍이 나를 자꾸 죽이는 때문이다.


처음이 아닌데도 말이다.

<081108>*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여운 대머리  (0) 2008.11.11
선線  (0) 2008.11.10
국향菊香  (0) 2008.11.07
오리발  (0) 2008.11.06
단풍  (0) 2008.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