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향菊香
犬毛 趙源善
일머리가 없는 건 아니다
내가 꺾은 것도 아니다
무심코 주웠는데
불쑥.
노랑
국화 한 송이
앙증맞은 꽃잎들 따서
하얀 백지위에 늘어놓고는
무딘 손끝으로 살금살금 헤아린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스물 서른 마흔 쉰 예순 이른 여든 아흔 백 백열 백스물
백스물하나 백스물둘 백스물셋 백스물넷 백스물다섯 백스물여섯 백스물일곱 장.
향이 샘처럼 방울방울 솟는다
온 종일 손가락을 코에 달고 다닌다
눈이 환하고 머리가 다 맑은 것 같다
쭈글쭈글한 손에 국화꽃 한 송이 활짝 피었다.
명심하여
내일도 잊지 말자
참 귀여운 이 짓거리 또 해야지.
<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