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대머리
犬毛 趙源善
오늘 처음 얼굴 마주해서
서너 순배 돌았을까
이러쿵저러쿵 왈가왈부
술잔 떡하니 왼손으로 건네면서
“선생은 왜 왼손에 젓가락을 들고 하늘에 물구나무 세우느냐”며
“위협적이고 공격적이고 원시적이며 법도에 어긋나는 무식한 자세 아니냐?”한다
“술상머리가 너무 지저분해서요.”짐짓 허허 웃으며 넘겼지만
어디서 뉘게 뭘 그렇게 잘 배워
철철 잔 넘쳐 아까운 술 흘리니
주도酒道 모르는 친구가 어찌 문도文道를 읊조리랴
너 그토록 신봉하는 네비게이션navigation이
나는 죽어도 싫다
개미처럼 빙빙 돌며 혼신의 힘을 다해 더듬질로 길을 찾는다.
왜 누구는 씨이고
왜 누구는 싹이고
왜 누구는 잎이고
왜 누구는 꽃이고
왜 누구는 뿌리이고
왜 너만 열매라더냐?
설마하니 잔머리 굴리는 걸 온통 혼자 도맡아 해서 머리털이 빨리 빠졌을까?
너 나이어린 대머리의 치기稚氣가 귀여워
나 공손히 두 손으로 술을 권한다.
펄펄 끓던 열혈청춘熱血靑春 이미 죽은 지 아주 오래다.
<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