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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대머리

犬毛 - 개털 2008. 11. 1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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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대머리

犬毛 趙源善



오늘 처음 얼굴 마주해서

서너 순배 돌았을까

이러쿵저러쿵 왈가왈부

술잔 떡하니 왼손으로 건네면서

“선생은 왜 왼손에 젓가락을 들고 하늘에 물구나무 세우느냐”며

“위협적이고 공격적이고 원시적이며 법도에 어긋나는 무식한 자세 아니냐?”한다

“술상머리가 너무 지저분해서요.”짐짓 허허 웃으며 넘겼지만

어디서 뉘게 뭘 그렇게 잘 배워

철철 잔 넘쳐 아까운 술 흘리니

주도酒道 모르는 친구가 어찌 문도文道를 읊조리랴

너 그토록 신봉하는 네비게이션navigation이

나는 죽어도 싫다

개미처럼 빙빙 돌며 혼신의 힘을 다해 더듬질로 길을 찾는다.


왜 누구는 씨이고

왜 누구는 싹이고

왜 누구는 잎이고

왜 누구는 꽃이고

왜 누구는 뿌리이고

왜 너만 열매라더냐?


설마하니 잔머리 굴리는 걸 온통 혼자 도맡아 해서 머리털이 빨리 빠졌을까?

너 나이어린 대머리의 치기稚氣가 귀여워

나 공손히 두 손으로 술을 권한다.


펄펄 끓던 열혈청춘熱血靑春 이미 죽은 지 아주 오래다.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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