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0 나사 犬毛 趙源善 암놈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죄어지고 왼쪽으로 돌리면 풀어지고 수놈도 오른쪽으로 둘리면 죄어지고 왼쪽으로 돌리면 풀어지고 무조건 돌린다고 다 죄어지거나 풀어지는 건 아니지 암놈을 돌릴 짼 수놈을 꼭 잡아야하고 수놈을 돌릴 땐 암놈을 꼭 잡아야한다 더욱 빨리 죄거나 풀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09.23
당착撞着 0 당착撞着 犬毛 趙源善 머릿속을 비우고 찬찬히 드려다 보면 빛은 아무것도 아니다 개미가 훨씬 빠르지. <0909>*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09.09
빨래집게 0 빨래집게 犬毛 趙源善 날마다 거꾸로 매달려 백수로 논다 빨래를 집어서 잘 말리는 것만이 용도는 아니다. 튀김가루 봉지의 주둥이를 집어놓거나 접착제 칠한 구두뒤꿈치를 집어놓거나 뱉으면 안 될 온갖 얘기 나불거리는 더러운 입술을 꽉 집어놓거나 욕심껏 처먹어 잔뜩 배부른 기름진 밑구멍을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08.28
수작酬酌 0 수작酬酌 犬毛 趙源善 장마 뒤끝의 어느 저녁에 살짝 부는 바람은 그 맛이 진짜 상큼하다 술은 묶은 상처를 시원하게 도려내는 능숙한 외과의사의 손길이다 골 때리는 아침은 바지주머니 속에 꼭꼭 숨었지만 삐져나온 대가리는 여전히 날카롭다 만성요통이 뇌의 무게를 감소시키고 기억력을 점점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07.23
싫다 0 싫다 犬毛 趙源善 억수 바람에 부엉이 묘 떠내려간다며 눈먼 개구리들 왈왈거리는 여의도의 아침이 싫다 어디에선가 부지런히 껄떡거리는 어제 잃어버린 손목시계의 굉음이 싫다 까치집지은 뒤통수에서 찔끔찔끔 간헐적으로 흘러나오는 허연 막걸리 트림이 싫다 아침저녁으로 한주먹씩 꼭꼭 씹어..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07.15
실소失笑 0 실소失笑 犬毛 趙源善 빗속에비그냥맞고비실비실비에젖어걷는나를보고 비생산적이며비적극적이며비이성적이며비과학적이고비감동적이라고비웃는다 비낭만적이라고하지않은게천만다행이다 집에다왔으니비툭툭털고실실웃으며빈대떡이나부쳐먹어야지히히히. <0907>*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07.14
속 살 0 속 살 犬毛 趙源善 곯았는지 썩었는지 흰지 검은지 안 보이는 게 문제야 내 속은 뭐가 고장 났을까? 네 속엔 어떤 꿍꿍이가 들어앉았을까? 그냥 대충 미루어 짐작하면서 꾸물꾸물 더듬어가며 사는 게 정답에 가깝지 뭐. <0907>*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07.05
치통齒痛 0 치통齒痛 犬毛 趙源善 위 앞니 걸쳐 씌운 자리로부터 왼쪽으로 두 번째 틈새 꼭 그 자리만 악마 같은 찌꺼기들이 하루 세 번씩 정확히 둥지를 트는 게 정말 지겨워 궁리 끝에 이렇게 대처하기로 결심한다. 밥 한 술 뜨고 살금살금 왼쪽으로 오물거리다가 콩자반 한 알 오른쪽으로 잘근잘근 씹고 밥 한..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06.29
반추反芻 0 반추反芻 犬毛 趙源善 비스듬히 드러누워 질겅질겅 씹다보니 온 세상이 시퍼렇게 멍들었다. 나뒹구는 막걸리 통 속에 한탄과 고뇌가 꾸역꾸역 갇힐 때 열불이 휩쓸고 간 눈알은 김치 국물 색깔로 번득이는 데 돌개바람 덕분에 먼로의 희뿌연 속살을 더듬던 바로 그 음탕한 놈 마른하늘이 천둥 번개..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06.02
난제難題 0 난제難題 犬毛 趙源善 지금 이 시간이 네가 무언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고 지금 너와 마주한 누군가가 네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며 지금 네가 아끼는 것을 나누어 베풀음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저 개미는 과연 그걸 알까? <0905>*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9.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