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작酬酌
犬毛 趙源善
장마 뒤끝의 어느 저녁에 살짝 부는 바람은 그 맛이 진짜 상큼하다
술은 묶은 상처를 시원하게 도려내는 능숙한 외과의사의 손길이다
골 때리는 아침은 바지주머니 속에 꼭꼭 숨었지만 삐져나온 대가리는 여전히 날카롭다
만성요통이 뇌의 무게를 감소시키고 기억력을 점점 떨어트린다는 새 소식이다
잔잔한 미소 속에 시커먼 음흉이 뱀처럼 똬리를 틀었다
사회적 동물이라서 입술에 침을 바르며 살아야한다
지나간 어제는 항상 찬란하다
가화만사성 - 더 이상 처량하지 않으려면 어서 얼큰한 라면을 먹어야한다
깊이 생각할수록 내 안의 나는 참으로 무서운 놈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햇빛이 골방의 창을 꿰뚫었으니 또 오늘인가 보다
모름지기 시인은 능숙한 사기꾼이어야 한다
만세.
<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