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싫다

犬毛 - 개털 2009. 7. 1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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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다

犬毛 趙源善


억수 바람에 부엉이 묘 떠내려간다며 눈먼 개구리들 왈왈거리는 여의도의 아침이 싫다

어디에선가 부지런히 껄떡거리는 어제 잃어버린 손목시계의 굉음이 싫다

까치집지은 뒤통수에서 찔끔찔끔 간헐적으로 흘러나오는 허연 막걸리 트림이 싫다

아침저녁으로 한주먹씩 꼭꼭 씹어야하는 간 위 눈 관절 순환 뭐 그런 무슨 약들이 싫다   

줄줄이 늘어선 자동차를 죽기 살기로 떠받치고 있는 고가도로 위의 시커먼 아스팔트가 싫다

싸우든지 말든지 서로 알아서 비켜가라고 온종일 깜박깜박 윙크하는 황색점멸등이 싫다

순식간에 수십 통씩 날아오는 보나마나 쓰레기통에 버려질 엉터리 편지조각들이 싫다

날이 갈수록 싫은 게 자꾸만 늘어난다는 사실이 싫다 

싫어도 웬만하면 그냥 무심한 척 꾹 참자 하는 생각까지도 싫다.


문득,

싸리비로 곱게 그린 깃털무늬가 보송보송한 흙 마당을

맨발로 걷고 싶다.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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