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추反芻
犬毛 趙源善
비스듬히 드러누워 질겅질겅 씹다보니 온 세상이 시퍼렇게 멍들었다.
나뒹구는 막걸리 통 속에 한탄과 고뇌가 꾸역꾸역 갇힐 때
열불이 휩쓸고 간 눈알은 김치 국물 색깔로 번득이는 데
돌개바람 덕분에 먼로의 희뿌연 속살을 더듬던 바로 그 음탕한 놈
마른하늘이 천둥 번개의 막춤 발놀림으로 노랗게 어지러운 동안
간이든 쓸개든 창자든 닥치는 대로 들러붙어 제 물건 좋다 난장판이더니
금방 허물어질 바벨탑만 구더기처럼 자꾸 기어오르는 꼬락서니
영락없는 하루살이 날갯짓이라
반쯤 눈 감고 되새김질하다가 빙그레 웃는다.
간지러운 궁둥이를 움찔거려보다가 이내 긴 꼬리로 파리를 휙 쫒는다.
<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