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야夜시장 0 동대문 야夜시장 犬毛/趙源善 겨울비 추적거리는 날 모퉁이 그 집엘 가야 먹은 것 같다며 도란도란 찌그러진 양은대접 휘휘 물냉면을 저어 마시고 행여 놓칠까 아내 손 꼭 잡고 대롱대롱 매달려 골목골목 비닐봉지와 곡예하며 바글바글 사람의 숨결에 묻혀본다. 에누리를 가운데 놓고 이리 오너라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12.10
*운명 0 운명 犬毛/趙源善 벌새는 반 뼘 날개야 쉼 없이 제 날갯짓으로 바람지어 날아다니지 너무 힘들어 오래 살지도 못해 겨우 네 살이 한평생 이라나 신천옹信天翁은 일곱 자尺 훤칠한 날개야 한번만 날개 펴고도 공짜바람 타고 아주 편안히 날지 아주 쉬워 속 편해서 길게 사나봐 사십년 한평생이라고.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12.09
겪어봐야 0 겪어봐야 犬毛/趙源善 눈 작다고 덜 보남? 입 작다고 덜 먹남? 코 작다고 덜 맡남? 귀 작다고 덜 듣남? 배 작다고 덜 마시남? 손 작다고 덜 더듬남? 뭐 작다고 덜 밝히남? 피 - 이 다 겪어봐야 아는 겨. <0612>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12.08
노숙인露宿人 0 노숙인露宿人 犬毛/趙源善 큼지막하니 속 드려다 보이는 마요네즈 저금통은 한 푼씩 먹어봤자 찔끔찔끔 이니 배부를 리 없지 띠리리리리리 - 열차의 도착신호도 물론 아무 의미가 없어 어쩌다 조금 무거운 백동전이 내는 철렁 소리나 가뿐히 날려져 지폐 사르륵 내려앉는 소리가 슬쩍 그의 실눈을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12.07
영零(Zero) 0 영零(Zero) 犬毛/趙源善 내 안의 나 내 밖의 나 날마다 장기 두지만 한편만 기울어 죽인다는 게 너무 참혹하여 청군 죽이면 홍군 죽이고 보나마나 비김. 내 안의 나 내 밖의 나 날마다 바둑 두지만 서로 두 집짓고 살면 되는 걸 뭘 잡아 족치나 백 살고 흑 살고 보나마나 비김. 내 안의 나 내 밖의 나 날마..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12.06
*생매장 0 생매장 犬毛/趙源善 산채로자루속에넣어져 눈말똥말똥하니흙으로 덮이는닭을보면서아아 내가탄비행기가추락해 깊은바다빛없는곳으로 한없이가라앉아숨막혀 가슴터짐을오싹느낀다. <0612>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12.06
노래 0 노래 犬毛/趙源善 얼-싸 이리저리 혼으로 하늘을 떠도는 노래. 내 불쌍한 우스갯소리 속엔 물푸레나무 몽치가 콩나물같이 빼곡히 들어 있소 며느리 밑씻개처럼 흔한 눈으로 그리 몰캉몰캉 보지 마셔 임이 따사한 아랫목에 비스듬히 누워 빨대로 꿀물이나 쪽쪽거리실 때 난 오늘도 살얼음 깨고 발 씻..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12.06
기발한 착상 0 기발한 착상 犬毛/趙源善 2007년 1월 1일부터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모든 국민은 국가소유의 하늘을 무단 점유하여 숨쉬며 생명을 유지하는 대가로 1초 당 1원의 국세國稅를 납부토록 함 따라서 각 세대의 주 납세자는 2006년 12월 31일까지 내년 분의 하늘세天稅를 필히 납부할 것 체납할 시 무차별 의..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12.05
*믿는 도끼 0 믿는 도끼 犬毛/趙源善 앗다 도리도리 짝짜꿍하고 아장아장 걸음마 하던 옛날엔 제법 아양이 귀여웠지 이젠 저 혼자 다 컸다고 거들먹거들먹 어깨 힘 잔뜩 들어가 목청 높여 외고집에 완전 똥 뱃장이라 슬슬 어르다가 느닷없이 뺨 짝 때리고 주저앉아 눈 잠깐 감은 새 코 썩 베고 놀라 벌떡 일어나니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6.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