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露宿人
犬毛/趙源善
큼지막하니
속 드려다 보이는 마요네즈 저금통은
한 푼씩 먹어봤자 찔끔찔끔 이니 배부를 리 없지
띠리리리리리 - 열차의 도착신호도 물론 아무 의미가 없어
어쩌다 조금 무거운 백동전이 내는 철렁 소리나
가뿐히 날려져 지폐 사르륵 내려앉는 소리가
슬쩍
그의 실눈을 뜨게 할 뿐
쯧 쯧
곱게 보아 누군들 그러고 싶어서 그러랴마는
밉게 보면 때로 저러고 싶어서 저러기도 한다니
어찌 그거까지야 알 수 있나.
시커먼 갈고리에 붉은 가위표 우산 그려진 찌부러진 박스 - 침대
F T A 뭐 어쩌고저쩌고 머리띠 맨 사진 활자 뒤집어진 신문지 - 이불
면발 몇 줄 말라붙은 컵라면 그릇 나무젓가락들
삼분의 이 먹은 물병 빈 소주병 두개
꽁꽁 묶여진 배부른 배낭 보퉁이 하나 찌들은 수건
낡은 오리털 점퍼 무릎 터진 누비바지
밑창 비스듬한 등산화
모로 돌아누운 빵모자 아래로 뻑뻑한 머리칼 희끗희끗한 수염.
아 아
거기
반짝이는 희망이 애처롭게 살아 있음을
그를 여기 눕힌 말 못할 처연한 이야기가 목메어 매달린
놀랍게도
때 절은 두 손으로 꽉 움켜쥐고 있는 건
바로 핸드폰
세상과 연결된 아름다운 생명의 끈 앞에 비로소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그는 살아있다
이건 확신이다
그는 반드시 다시 일어나리라
반드시.
<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