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노숙인露宿人

犬毛 - 개털 2006. 12. 7.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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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露宿人

犬毛/趙源善



큼지막하니

속 드려다 보이는 마요네즈 저금통은

한 푼씩 먹어봤자 찔끔찔끔 이니 배부를 리 없지

띠리리리리리 - 열차의 도착신호도 물론 아무 의미가 없어

어쩌다 조금 무거운 백동전이 내는 철렁 소리나

가뿐히 날려져 지폐 사르륵 내려앉는 소리가

슬쩍 

그의 실눈을 뜨게 할 뿐

쯧 쯧

곱게 보아 누군들 그러고 싶어서 그러랴마는

밉게 보면 때로 저러고 싶어서 저러기도 한다니

어찌 그거까지야 알 수 있나.

시커먼 갈고리에 붉은 가위표 우산 그려진 찌부러진 박스 - 침대

F T A 뭐 어쩌고저쩌고 머리띠 맨 사진 활자 뒤집어진 신문지 - 이불

면발 몇 줄 말라붙은 컵라면 그릇 나무젓가락들

삼분의 이 먹은 물병 빈 소주병 두개

꽁꽁 묶여진 배부른 배낭 보퉁이 하나 찌들은 수건

낡은 오리털 점퍼 무릎 터진 누비바지

밑창 비스듬한 등산화

모로 돌아누운 빵모자 아래로 뻑뻑한 머리칼 희끗희끗한 수염.


아 아

거기 

반짝이는 희망이 애처롭게 살아 있음을

그를 여기 눕힌 말 못할 처연한 이야기가 목메어 매달린

놀랍게도

때 절은 두 손으로 꽉 움켜쥐고 있는 건

바로 핸드폰

세상과 연결된 아름다운 생명의 끈 앞에 비로소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그는 살아있다

이건 확신이다

그는 반드시 다시 일어나리라

반드시.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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