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犬毛/趙源善
벌새는 반 뼘 날개야
쉼 없이 제 날갯짓으로 바람지어 날아다니지
너무 힘들어
오래 살지도 못해
겨우 네 살이 한평생 이라나
신천옹信天翁은 일곱 자尺 훤칠한 날개야
한번만 날개 펴고도 공짜바람 타고 아주 편안히 날지
아주 쉬워
속 편해서 길게 사나봐
사십년 한평생이라고.
예쁘기로는 벌새가 훨씬 이지만
요령껏 눈치로 놀고먹으며 빈들빈들 오래 사는 게 좋은 건지
부지런 떨고 땀 흘리며 아등바등하다 일찍 죽는 게 좋은 건지
못 생긴 신천옹은 혹 알까?
에이 그게 다 팔자려니 해야지 뭐.
<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