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릉思陵가는 샛길 0 사릉思陵가는 샛길 犬毛 趙源善 드문드문 서글픈 가로등 밤 꼬박 새워 눈빛 흐릿하니 조는 데 단종端宗임금처럼 자동차 한 대 아주 외로이 구불구불 시커먼 암흑 속으로 깊이깊이 빠져 사라지면 풀냄새 그윽한 하얀 들안개 마치 정순왕후定順王后인 양 살포시 뒤 따르며 꾹꾹 눌러 못내 서글피 흐느..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11.14
헛소리 0 헛소리 犬毛 趙源善 흰옷때묻으면아주더러워보이지 까만옷때똑같이묻었는데깔끔해보이고 형형색색가지가지옷때묻는건다마찬가지야 눈에뵈는겉껍질이전부가아니라는사실 속찌든땀고린내코를찌르는데도 모르는체멀찌감치뒷짐지고서서턱짓으로만 희든검든둘중하나만고르라고억지부리지마시..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11.13
뜻 0 뜻 犬毛 趙源善 싹 꼼틀꼼틀 물오를 땐 너무 귀엽지 잎 파릇파릇 힘 솟을 땐 정말 싱그러워 꽃 화들짝 분단장할 땐 까무러치고 열매 토실토실 여물 땐 진짜 아름다운 거야 아등바등 꽁꽁 발목 비끄러매도 부둥켜 허리춤 매달려도 소용없어 그저 슬며시 오셨다가 또 슬며시 가시는 당신 거기 오묘한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11.11
불청객不請客 0 불청객不請客 犬毛 趙源善 형 절대 다음에는 또 오지 않는다며 이불 짐까지 챙기시더니 누구 아무도 부르는 이 없는 데 죽창竹槍들고 물귀신으로 번쩍 나타나 상하좌우 막 휘젓고 찌르고 깽판을 치시니 어리둥절 황당무계 대략난감 유구무언입니다요. <0711>1집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11.10
줄 0 줄 犬毛 趙源善 해떨어진파장무렵알뜰새마을시장어물전 떨이라고값몹시헐해보이지만 얼렁뚱땅한물간생선쓱싹해치우는 누이좋고매부나쁜고도의상술작전 싼게비지떡아시는지모르시는지 아줌마들입방아찧으며한바탕야단법석 아무튼긴줄로늘어섰다 맞다질서는어디서나기본이다 쯧쯧. <0711>*..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11.09
임 0 임 犬毛 趙源善 다람쥐처럼 그렇게 살그머니 오셔 내 마음 깊은 거기 도토리 하나 똑 떨어트려 퐁당 지워지지 않을 파문 일으키고는 미처 물결 스러지기도 전 아직 떠오르기도 전 벌써 두둥실 저만치 돌아선 뒤꼭지 야속도 해라 얄미워 얄미워 죽이고 싶도록 얄미워 눈썹 파르르 떨리네. <0711>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11.08
명명백백한 사실 0 명명백백한 사실 犬毛 趙源善 하루 이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적어도 밥으로 하루 두 끼씩 열네 끼 혼자 먹고 밤으로 일곱 밤 홀로 자 봐야 살면서 늘 별로 대단하게 여기지 않았던 사실들이 아주 신선하게 뼛속 깊이깊이 곱씹혀 지지. 1. 설거지가 지겹다는 사실 2. 전기와 가스와 문단속이 만만치..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11.07
빨대 0 빨대의 용도用途 犬毛 趙源善 실은 까뒤집고 보면 모두 별게 아니야 단풍이라는 것 시름시름 시들어져 버림받기 직전 최후의 발악이지 그냥 색 바랜 나뭇잎일 뿐 산다는 것도 그래 좋은 시절 나는 새도 떨어트릴 만큼 펄펄 날뛰지만 어차피 나이 먹어 물러서면 겉 쭈글쭈글 추한 꼬락서니는 누구나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11.06
웃자 0 웃자 犬毛 趙源善 네 입에 써도 내 입에 달면 난 삼키지 네가 망해서 허물어진 곳에 내가 깃발을 흔들며 일어서거든 너를 걷어찬 여자가 내 발 밑에 엎드려 있기도 해 나 아니라도 다른 놈들이 불쑥 치고나와 그렇게 먹고 사는 거야 낯모르는 남 보다는 차라리 네 친구인 나 잘 되는 게 훨씬 좋지 너하..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11.05
멍하니 0 멍하니 犬毛 趙源善 눈이 마주쳤다고 내가 널 보고 있다 생각 하지마라 그냥 보이는 건 다 허상일 뿐 네 가슴을 활짝 열어주어야지 시커멓게 칠한 채 꽁꽁 묻어놓고 껌벅껌벅 내숭떨면 안돼 뭘 어쩌라는 거야 솔직히 나 멍하니 눈 뜬 장님이야.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0711>*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7.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