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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명백백한 사실

犬毛 - 개털 2007. 11. 7.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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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명백백한 사실

犬毛 趙源善



하루 이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적어도

밥으로 하루 두 끼씩 열네 끼 혼자 먹고

밤으로 일곱 밤 홀로 자 봐야

살면서 

늘 

별로 대단하게 여기지 않았던 사실들이

아주 신선하게

뼛속 깊이깊이 곱씹혀 지지.


1. 설거지가 지겹다는 사실

2. 전기와 가스와 문단속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

3. 어디선가 먼지가 자꾸만 집안으로 속속 들어온다는 사실

4. 물냉면이나 짬뽕 또는 울면 값이 얼마라는 사실

5. 이상하게 먹는 모든 것(술까지 포함하여)들이 맛이 없다는 사실

6. 아울러 소화도 잘 안 된다는 사실

7. 좌우지간 어디 커다란 구멍이 뻥 뚫린 듯 휑하니 마냥 외롭다는 사실

8. 아홉시 뉴스가 길고 무조건 짜증난다는 사실

9. 유선방송 프로그램은 밤이 늦을수록 모자이크처리가 많다는 사실

10. 하여튼 이러니저러니 혼자는 못 산다는 사실

11. 결국 그녀가 내게 몹시 소중하다는 사실

12. 그리고 말로 표현 못할 명명백백한 사실 - 내가 그녀를 엄청나게 뭐뭐한다는 사실.


하나님이 내게서 아내를 빌려 가신 일주일 영성수련

아니 원래 당신이 만드신 당신의 것을 잠시 쓰시는 동안

오히려

참사람 되는 건 나 아닐까 생각하며

세상의 남편들이여

눈 딱 감고 아내에게 칠일간의 여행휴가를 주시라

뭇 남자들이 저 놈 미쳤다 손가락질하고 비웃을 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그게 아니지

일단 한번 시도해 보셔

혼자만의 시간을 마음껏 즐겨(?)보시라니까

그리하여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들을

확실히 느끼시라고.


단, 

본 설계공정 자체는 전혀 하자 없이 완벽하지만 조립결과의 성공여부를 보장하지는 못함

개인의 기능과 흥미와 숙련도에 따라 완성제품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음.

<0711>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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