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묘적사에서 묘적사에서 < 犬毛 / 조원선 > 봄 처녀 가랑머리처럼 비릿하게 꼬인 계곡 깊숙이 문둥이 구걸바가지 뒤집어진 산자락은 언제나 서럽다. 솔 박새 비이비이 웃고 삭정이 건들건들 춤추면 보살님 빨래 널 때 고뇌만큼이나 뚝 뚝 떨어지는 저 억척 깨진 항아리 굴뚝에 업혀 모락모락 숨쉬고 봉당아래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06.30
[스크랩] 핸드폰 유감 핸드폰 유감 <犬毛.조원선> 난 몰라요 정말 몰라요. 사진도 못 찍고요 문자도 못 보내요 번호저장도 못해요 벨소리도 못 바꿔요 알람해제도 못해요 그저 오는 전화나 받고 진동으로 바꾸는 거 하고 오는 문자나 읽지요 그것도 돋보기 끼고요 그나마 문자오는 게 다 이런 것 “홍길동 장모 별세. 천..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06.30
[스크랩] 딸기 네 개 딸기 네 개 <犬毛.조원선> 아내가 네 밤 자고 온다며 비행기타고 여행 갔다. 나갈 때 문단속 잘하고 전기장판 꼭 끄고 가스 잠그고 밥통에 밥 냉장고 반찬 개밥 주는 거 잊지 말고 중얼 중얼 중얼 중얼 - - - - - - - - - - 딸기 네 개씩 꼭 먹어야 해. 알았지? 두 밤 지났다. 밥통 열어본 적 없고 딸기만 네..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06.30
[스크랩] 할복割腹의 기회 할복割腹의 기회 <犬毛.조원선.> 나 대한大韓의 호랑이 백두산白頭山 베개로 베고 크게 활개치고 누워 동해東海를 이불로 덮었다 우뚝 선 멋진 꼬리 그래 그건 섬이 아니야. 너 시궁창 거머리 남의 피 빨다 지쳐 제피까지 빨던 놈 빨판과 창자만 있는 놈 옛날 따져봐? 게다짝 질질 끌고 썩은 다다미..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06.30
[스크랩] 무늬 절개(節槪) 무늬 절개(節槪) <犬毛.조원선> 이리 봐 저리 봐 돌려 봐 뒤집어 봐 눈 비집고 또 봐 댓잎처럼 동서남북(東西南北) 솟구치는 기막힌 절개(節槪) 한 치 오차(誤差)도 없이 너무나 올곧아 어느 한구석 삐뚤어진 자식 절대 안 키운다. 인왕산(仁王山) 파랑 기와집 노란 화장실 바닥 사방연속(四方連續)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06.30
[스크랩] 檀단 壇단 驅蟲藥구충약만 날로 잔뜩 씹어 먹은 놈 그 똥구멍으로 나오는 건 버러지 뿐이여 아 내 處地처지에 可堂가당키나 한가. 허리 아퍼 이빨도 아퍼 登山도 못해 등짐도 못져 등심도 못 씹어 거기다 排布배포까지 적어 남 등쳐먹지도 못할 가련한 爲人위인 사랑 피 빠는 등에 등쌀에 등골 빠지는 세상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06.30
[스크랩] 嘆息탄식 嘆息탄식 남도 여행길 어떤 휴게소 화장실. 그림이 야릇 야릇 깨알같이 개발새발 삐뚤빼뚤 읽고 싶은 淫心음심 굴뚝같은 데. 이리보아도 저리보아도 이 놈의 늙은 눈깔이 원수 돋보기가 없어. 아 아 참으로 참으로 나는 서글프다. (0503.犬毛.)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06.30
[스크랩] 容恕용서 容恕용서 세월이 모는 전차의 軌道궤도바퀴에 잘려진 우리들의 오른다리가 휘감겨 돌고 길은 먼 데 단 한치 오차도 모르는 時間시간이 뻥뻥 뚫린 足鎖족쇄구멍에다 남은 왼다리마저 비끄러매고 어서 가라고 어서 가라고 앙상한 등판을 채찍질 한다. 나이가 亂射난사하는 重機關銃중기관총 소리 다 ..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06.30
[스크랩] 주름살 주름살 눈가에 낀 눈꼽이 문제가 아니다. 눈 아래 주렁주렁 매달려 볼텡이까지 드리운 인생보따리가 너무 무겁지. 털어내려 허위허위 빗자루질 해도 쇠부랄처럼 늘어져 디룽 디룽 영감이 꽃미남 쌍꺼풀은 껌벅거려 뭐하나 저기 흔한 돈이 여긴 없고 돌팔이마저 들통나 고랑찼으니 허 허 허. 아자! 壁..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06.30
[스크랩] 暗澹암담 暗澹암담 나. 正午정오 광화문 네거리 한가운데 눈 가리고 발가벗겨져. 홀로 서 있다. (0503.犬毛.) 詩 2010.6월 이전(플래닛에서 이동) 2005.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