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2021년) 653

바가지

바가지 견모 조원선 나 비록 백수개털이지만 홀라당 벗어부치면 아직도 알몸에 빛이 난다. 내 모든 입단경력을 다 합치면 9단 아니더냐. 제일 꼭대기 고고한 해바라기파의 고문초빙을 거절했고 중간 괜찮은 꼬부랑파의 회장모심도 마다했다. 난 아직 힘이 펄펄 넘친다. 맨 아래 오로지 한 꼭지 한 구멍이 최고다. 함지박에 콸콸콸 가득 채워놓고 바가지로 퍼서 좍좍좍 끼얹어야 성에 찬다. 그래야 시원하다. 그게 목욕이다. 곧 죽어도 난 영원한 바가지파다. (200904) * 태권도1 유도1 합기도1 개소리3 막걸리3 총9단

詩 (2021년) 2021.09.04

유감

유감 견모 조원선 여권 사용기한만료 6개월전이라 재발급신청하러 시청 방문. 사진관아줌마가 요새 뭐 코로나시국이라 해외나가시기도 힘든 데 나중에 하셔도 ㆍㆍㆍ 라며 중얼거려 좀 기분 상했다. 사진도 영 맘에 안 든다. 여권창구 직원아가씨가 또, 나가시게 되면 그 직전에 신규발급 받으셔도 되는 데요 한다 ㅡ 욱 하는 걸 꾹 눌렀다. 이 난국에 다 늙은 영감이 언제 해외에 기어나가겠다고 여권을 갱신하느냐로 느낀 때문. 게다가 지문이 안 나오니 손씻고 다시 하자고. 빨강불 뻔쩍이는 기계에 오른 손 왼손 엄지 대라 검지 대라 중지 대라. 아내가 옆에서 거들어 통역 안 해 줬으면 엄청 헤맸으리라. 에효 내 꼬라지하고. 아 아! 보관했던 2008년 발급 여권사진과 2012년 발급 여권사진과 2021년 오늘 여권사진의..

詩 (2021년) 2021.09.02

치매

치매 견모 조원선 초등수학 괜히 배웠습니다 중등수학 괜히 배웠습니다 고등수학 괜히 배웠습니다 유치원수학으로도 잘 살거든요 그마저 필요없는 아주 행복한 세상이 왔답니다 이제 숫자를 세지 않아도 됩니다 왜냐하면 숫자를 믿을 수가 없거든요 그냥 손가락 꼽으며 살아야지요 뭐 죽지못해 사는 겁니다 남녀노소불문하고 우리는 통계숫자 앞에 완전치매입니다 (210901)

詩 (2021년) 2021.09.01

오늘

오늘 견모 조원선 바람이 조금 시원한 산책마치고 뜰엔 유홍초 부용화 닥풀 배롱이 한껏 모양내는 중. 변함없는 아침밥상 ㅡ 늘 만찬 ㅡ 난 복속에 빠져산다. 술만 뺐다. 금주 3일차다. 아내가 배시시웃으며 살살 꼬시기를 완전금주하면 천만원 준단다. 웃긴다. 꾸어간 내돈 천만원도 차년피년 안 갚는 사기(?)여왕의 음흉한 권모술수! 읍내 한의원에 갔다. 엊그제는 엎드려서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ㅡ 아픈 줄 몰랐다. 오늘은 바로누워 넙적다리부터 발목까지 ㅡ 꽤나 아팠다. 집에오며 운전 중에도 아프다. 일주도로에서 중산간으로 들어와 우리동네 오는 길에 포인터 새끼 세마리를 얼핏보고 이상한 기분이 들어 차를 돌려 세워놓고 새끼들을 몇발짝 따라가보니 골목 안쪽으로 우와 완전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쓰레기더미 집. 개가..

詩 (2021년) 2021.09.01

아들 맛

아들 맛 견모 조원선 아내가 무슨 할인T라는 인터넷마켓에서 아주 저렴한 가격 15000여원의 필요한 X화장품을 발견하고 아들에게 사보내라고 연락. 아들이 동일품명으로 여러곳을 검색해본 모양. 다른 데서는 최소가가 50000원인 수입화장품. 무언가 이상하니까 제 누나한테도 전화로 물어보고. 바로 50000원 짜리로 주문해서 결제했으니 택배갈 것이란다. 아내가 왜 같은 제품을 비싼 걸로 샀느냐고하니. 아들 왈, 유통기한이 임박했다던가 등등 어떤 하자가 있으니까 가격이 그렇게 터무니없이 싼 거라며 엄마가 쓰는 화장품은 좋은 걸로 정상품을 쓰세요하더란다. 아, 이건 바로 텁텁한 아들 맛이다! 허허허. (210831)

詩 (2021년) 2021.08.31